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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리더스 CEO 탐방]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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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리더스 CEO 탐방]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입력
2008.09.1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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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죠. 어려운 여건이라도 열심히 정열적으로 하다 보면 결국 이루게 됩니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세간의 부담스러운 시선과 시장 침체 및 경쟁 심화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에 부인의 반대(?)까지 겹쳤다. 그래도 그는 "30년 공직생활동안 공들인 인적 네트워크가 하릴없이 무너지는 게 속상하고, 아직 동적인 현장에서 일할 나이"라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그는 올 4월 '최경수(58ㆍ사진) 현대증권 사장'이란 명함을 새로 팠다. 명함이야 그간 수없이 많았다. 국제심판원장,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 경제부처의 요직을 두루 거친데다 대학교수(계명대 세무학과)까지 했으니 이력은 남부럽지 않다. 조달청장 재직 당시엔 '정부혁신평가 선도기관' 평가를 받아 '혁신 전도사'란 호칭도 얻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 화려한 경력이 민간 증권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그의 첫 걸음을 막았다. 30년 세금 전문가가 증권사 CEO라니, 평생 갑(甲ㆍ공무원 대학교수)으로 살았는데 을(乙)의 고충을 이해할지, 상명하복의 혁신 마인드가 경쟁과 실적이 뿌리내린 기업문화에 적합할지 등이다. 그래서 최 사장의 현대증권 사장 취임은 한동안 '깜짝' '이례적' 발탁이란 꼬리표가 달렸다.

그도 모를 리 없을 터, 차근차근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조세 업무는 금융을 비롯한 모든 실물경제를 꿰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세계 고민(유가 환율 등 세계경제와 분쟁, 자연재해)을 떠안고 산다는 증권맨과 다를 바 없다"며 "특히 우리은행 사외이사 활동을 통해 금융시장을 직접 경험한 점을 밑거름 삼고, 업무영역이 갈수록 넓어지는 금융업계 대변혁의 시기에 증권 외 경력을 자양분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을의 입장이 오히려 편하다고도 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스스로 낮추고 부탁하다 보니 더 많이 경청하게 되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독서도 하게 되더라"라며 "무한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민간 기업의 CEO를 잘하면 어디 가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까지 들었다"고 했다.

설상가상 경영환경도 녹록치 않았다. 그가 취임한 뒤 종합주가지수는 400포인트 넘게 빠졌고, 수수료 인하 등 업계 경쟁은 치열해졌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현대증권의 핵심 경쟁력(65%)이다 보니 늘 대외변수에 취약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눈은 멀리 내다보되 발걸음은 기본부터 착실히 밟아나갔다. 혁신이 아닌 점진적 변화의 길을 택한 셈이다. 그는 "천수답(브로커리지)에 관개시설(투자은행 자산관리 등)을 대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소통과 현장중심의 경영을 가동했다. 고객과 직원 35만명에게 이메일을 보낸 그의 취임 후 첫 행보는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도 그는 틈틈이 이메일을 통해 '고객=직원=가족'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지점 방문을 통해 직원에게서 전해들은 고객의 불편을 직접 나서서 해결해준 일화도 있다.

시급한 과제인 영업력 극대화 역시 고객감동(서비스)과 맞닿아 있다. 감성경영의 일환으로 '맞이 인사하기' '고객 성함 불러주기' '고객과 눈맞춤 하기' 등 사소하지만 정다운 과제를 직접 직원들에게 공지, 독려하고 있다. 최 사장 취임 후 현대증권엔 고객사랑 실천 캠페인이 부쩍 늘었다. 영업중심의 인력 배치도 단행했고, 노사 화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가끔 '잔소리꾼'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금융업계가 상당히 보수적인데다 내부 습관에 절어 뭐부터 고쳐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하나하나 지적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말이 많아졌다"고 웃었다. 그래도 잘 따라주는 직원들이 고맙다.

하고 싶은 일은 참 많다. "수익원도 다변화해야 하고, 생산성도 극대화해야 하고, '바이코리아'로 대표되는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도 되찾아야 하고, 주주가치도 높여야 하고…." 하지만 단기실적엔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다. 당장의 성과로 돈도 벌고 인정도 받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단 중장기 비전을 세워 현대증권을 반석 위에 세우고 싶다.

그는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출신 중 증권사 CEO는 사실상 처음인 것 같다"며 "마지막 직장으로 여기고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해 (후배들에게) 역할모델이 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31년 결혼생활 중 5년을 제외하곤 주말 부부로 살았던 게 서운하다"며 그의 상경을 한사코 말렸던 부인(조현주 경북대 교수)도 달라졌다. "풍진 세상에 다시 나가지 말라더니 이제 반증권맨이 다 됐어요. 동료 친구들 불러놓고 은행은 저금리 상품이니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가입하라고 설득까지 해요. 실적이 벌써 10계좌가 넘어가요. 고맙고 우습죠." 이제 든든한 우군이 된 셈이다.

글=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사진=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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