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모두 브로커 김태환이 주선하고 소개해 준 것일 뿐입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광만) 심리로 열린 대통령 영부인의 사촌언니 김옥희(74ㆍ여)씨 재판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3차 공판에서야 피고인측 변호사가 처음으로 모두진술을 한 것이다.
18대 총선과정에서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여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달 14일 기소된 김씨가 한 달 가까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하다 최근 변호인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씨 변호인으로 선임된 울산지청장 출신 김태조 변호사는 모두진술을 통해 "전 국회의원 처로부터 비례대표 공천 청탁을 받았으나 '내 힘으로는 안된다'고 했고, 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 동안 김씨는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했다며 법정진술 자체를 거부해 왔다. 지난달 27일 첫 공판에서는 "변호인 선임을 아직 못했다"며 국선 변호인에 의한 변론을 거부하고 재판연기를 요청했다. "검찰이 외부 접견을 불허해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는 이유였지만 검찰 측은 "수사과정에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서 허가하지 않았을 뿐 기소 이후 해제했다"고 반박했다.
2차 공판(3일)에서도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하자 재판부는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지만 김씨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김 씨는 "나를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면 '진짜 얘기'를 하겠다"고 버텼다.
김씨가 변호인 선임에 애를 먹은 것은 가족들의 외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수사단계에서도 아들과 손자 등이 전화를 받지 않는 등 가족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했다. 재판이 시작된 뒤에도 가족과 직접 연락이 닿지 않아 변호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던 김씨는 사촌형제들의 도움으로 겨우 김 변호사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씨에게 제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부탁하며 30억여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종원(67)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은 추석 연휴 직전인 11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재판부는 김 이사장이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 있어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없다는 판단 아래 보석신청을 받아들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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