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7일 우여곡절 끝에 2008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한나라당은 민생대책 예산 증액을 허용했고, 민주당도 이번 추경에 한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국고 지원을 승인해 줌으로써 서로 합의의 명분을 찾은 셈이다.
협상은 여야 간 추경안 합의 처리 무산의 빌미가 된 민생대책 예산에 초점이 맞춰졌다. 협상에 앞서 한나라당은 11일 예결위 소위를 통과한 4조2,6777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거듭 주장했고, 민주당도 민생대책 예산 6,500억원 증액을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양당은 이날 각자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3,008억원의 민생대책 예산을 편성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결국 최종 합의된 추경안에는 당초 민주당이 요구한 민생 관련 4개 항목 중 대학생 등록금 지원과 경로당 난방비 지원은 포함됐고 다자녀 가구 건강보험 지원은 제외됐다. 70세 이상의 노인 틀니 지원 항목은 추경이 아닌 국민건강증진기금 운용계획의 변경을 통해 충당키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루했던 여야 간 추경안 공방은 마침표를 찍었고, 지난주 한나라당의 추경안 강행 처리 무산 이후 급속히 경색됐던 정국도 점차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이날 추경안 협상은 예상과 달리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등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이번 주 내 합의 처리토록 노력 ▦11일 예결위 소위 통과 추경안(4조2,677억원)에 대한 추가 삭감 금지 ▦기존 삭감액(5,977억원) 범위 내에서 민생대책 예산 범위와 대상사업 결정 등 3개 항에 합의, 협상의 물꼬를 텄다.
여야는 오후에도 3개 교섭단체의 예결위 간사까지 참석한 6인 회동을 갖고 새로운 추경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오후 5시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고 11일 소위를 통과한 추경안을 처리했다. 최종 합의된 추경안은 민주당이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안으로 제출, 표결 처리키로 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여야가 큰 마찰 없이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구하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주 한나라당의 추경안 강행 처리 무산 이후 당내 사퇴 압박을 받아 온 홍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원 원내대표가 보이지 않게 도와 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홍 원내대표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합의를 마친 뒤 "역대 협상 가운데 가장 편하게 임했다"며 "원 원내대표와 선진과 창조의 모임 권선택 원내대표가 엄청 봐 준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