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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독성 분유에 '3중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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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독성 분유에 '3중 화근'

입력
2008.09.1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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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독성 화학물질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를 먹고 신장결석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영ㆍ유아 환자가 6,244명을 넘어서는 등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천주(陳竺) 중국 위생부장은 17일 "독성 물질 함유 분유를 먹은 저장(浙江)성의 유아 1명이 추가로 사망해 사망자가 3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6,244명의 영ㆍ유아 환자 중 4,917명은 비교적 가벼운 증세를 보이고 있으나 1,327명은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중 158명은 급성 신장결석 증세로 위중한 상태이다.

환자 중 상당수는 멜라민이 첨가된 싼루(三鹿)사의 분유를 장기간 먹고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싼루사 이외의 다른 회사 분유를 먹고 발병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지만 멍뉘우(蒙牛) 야스리(雅士利) 쒀강(索康) 등 중국 굴지의 22개사 69개 제품들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돼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 비양심이 부른 참사

문제의 낙농 농가와 우유 제조업자들은 공급량을 늘이기 위해 우유에 물을 탄 뒤 단백질 함유량 수치를 높여주는 멜라민을 상습적으로 첨가했다고 중국 당국은 밝혔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허베이(河北)성 루취안(鹿泉)시에서 젖소 100마리를 기르는 목장의 관리인 자오(趙ㆍ43)씨는 구속된 후 "다른 낙농가들이 멜라민을 첨가하면 우유의 냄새도 없애고 단백질 함유량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해 멜라민을 첨가했다"고 진술했다. 자오씨는 6개월간 멜라민 80㎏을 우유에 섞어 싼루사에 공급했다. 이로 미뤄 허베이성 인근 목장 농가들은 멜라민을 관행적으로 첨가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신경보(新京報)는"멜라민이 단백질 지수를 높인다는 것은 낙농업자들 사이에서 상식"이라며"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중국산 애완동물 사료에도 멜라민이 섞여 있다는 것이 확인돼 미국측이 중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결국 비양심적인 낙농가, 이를 눈감아온 분유제조사, 외국과 통상마찰을 겪고도 멜라민 첨가 문제의 심각성을 무시한 중국 정부 등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중국 정부는 우유에 멜라민을 첨가한 관행이 퍼져 있음을 확인함에 따라 분유 이외의 모든 유제품에 대해 멜라민 첨가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 장사진 이룬 중국 소아과

멜라민 첨가 분유가 처음 확인된 싼루사 분유가 많이 팔리는 허베이 스자좡(石家莊)시의 제6인민의원 진찰실은 영유아들로 넘치고 있다. 병원측은 진찰 치료를 위한 전문부서를 만들고 대회의실까지 임시 진찰실로 개조했지만 밀려드는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16일까지 이 병원이 진찰한 영유아는 7,000여명을 넘어선다고 상하이의 동방조보(東方早報)는 전했다.

독성 첨가 분유로 인해 유아 3명이 사망한 간쑤(甘肅)성과 저장(浙江)성에도 병원마다 부모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 섰다.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의 구러우(鼓樓)의원 비뇨기과의 의사는 "지난 10년간 4,000명 이상의 결석환자를 대했지만 지금처럼 폭주하는 영유아 결석환자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시는 분유 환자 전문 치료를 위해 76개 병원에 전문치료실을 개설했다.

▦ 심각한 식품 불신

파문이 확산되면서 중국에서 외국산 분유가 동이 난 것은 물론이고, 중국의 부모들이 외국산 분유를 사기 위해 홍콩으로 분유쇼핑에 나서고 있다.

광둥(廣東)성 선전시에서 살지만 홍콩으로 온 한 중국 여성은 "분유 파동 후 외국산 분유로 바꾸다 보니 1달 분유값이 500위안에서 1,200위안으로 늘었다"며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홍콩 언론들은 문제가 된 싼루사 분유 이외에도 중국 굴지의 회사 분유에도 멜라민이 첨가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중국 부모들의 분유쇼핑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멜라민이 검출된 일부 분유 제품을 만들어온 야스리 등 2개회사의 분유제품은 미얀마 등 5개국가로 수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문제의 분유 제품들이 한국에 수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들 분유를 원료로 한 다른 제품이 한국으로 수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멜라민이 첨가된 다른 분유제조사의 제품을 먹어온 영유아들에게 발병이 확인될 경우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싼루 분유를 먹은 영유아의 환자가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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