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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미디어렙 도입' 방송가 메가톤 폭풍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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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미디어렙 도입' 방송가 메가톤 폭풍 예고

입력
2008.09.1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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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ㆍ코바코)가 1980년 이후 독점해온 방송광고 대행 시장이 격변을 맞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코바코와 경쟁할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ㆍ방송광고 판매대행사)을 허용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공표하면서 방송업계에 돌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언론통폐합 이후 광고주인 대기업과 방송사의 완충 역할을 위해 설립된 코바코는 그동안 광고영업이 힘든 지역민영방송과 종교방송에도 기업의 광고를 분배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제2, 제3의 코바코가 될 민영 미디어렙이 만들어지면 이들 방송사의 광고영업은 코바코의 '보호'를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돼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정부는 코바코의 오랜 독점을 깨서 완전한 경쟁 원리에 방송광고 시장을 맡기겠다며 미디어렙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당장 피해를 입게 될 지역민방과 종교방송들은 연일 성명을 내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송계 최대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민영 미디어렙의 현 좌표를 짚어본다.

■ 정부 "시장 경쟁에 맡겨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민영 미디어렙 도입 시기를 2009년으로 밝혔고 문화체육관광부도 8일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 판매대행의 단계적 경쟁체제 도입 방안을 밝힌 바 있다.

22일 발표 예고된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도 미디어렙 추진과 코바코 해체안을 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10여년 동안 해법을 찾지 못했던 민영 미디어렙이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급히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문건에 따르면 민영 미디어렙 추진은 코바코의 판매독점체제에 따른 방송광고 가치의 저평가, 연계판매 등의 개선을 위해서다.

물론 민영 미디어렙의 설립으로 피해를 입는 지역 및 종교방송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단서조항도 붙어있다. 정부는 일단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한적인 미디어렙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영성이 강한 방송사와 지역민방의 광고는 기존대로 코바코가 관리하고 나머지만 미디어렙에 개방하는 방식이다. 시장충격이 완화되면 이같은 제한이 없는 완전경쟁 구도로 만들어간다는 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 서영길 과장은 "미디어렙의 정확한 도입 시기는 미정이며 우선적으로 지역ㆍ종교방송을 지원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만 관련 법 제정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정부에선 미디어렙 허용을 통해 경쟁체제가 세워져야 한다는 데는 합의한 상태이며 시기 조율만 남았다"고 말했다.

서 과장은 이어 "다양한 여론 형성이라는 역할을 지역민방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발전기금을 이용하거나 미디어렙 운영법인의 수익을 일정분 덜어내 경영이 어려운 방송사를 지원하는 방법들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지역민방 "지역커뮤니티 붕괴"

일단 미디어렙이 시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동안 코바코로 일원화되어 있던 광고판매 창구가 민영 미디어렙들로 분산된다. 당연히 경쟁구도가 만들어져 합리적인 광고단가가 형성되는 등 장기적으로 장점이 많지만 소형방송사보다 3개 메이저 지상파 방송사로의 광고 편중이 심각하게 이뤄질 게 뻔해 지역언론의 붕괴도 우려된다(표 참조).

정부가 미디어렙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준비할 지원책들도 사실 재원구조가 열악한 지역방송들에겐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많다.

박원기 코바코 광고연구소 연구위원은 "전국 37개 지상파 매체 중 KBS, MBC, SBS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광고취약 매체로 여기엔 신생 OBS, MBC 지방방송국들도 포함된다"며 "미디어렙이 허용되면 이들 방송사의 경영 악화가 우려되고 결국 지역대학과 함께 지역언론이 지탱해온 지방커뮤니티와 문화다양성이 쇠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경쟁을 통해 강자인 지상파 메이저 방송만 반사이익을 보고 약자는 손해를 본다면 섣불리 진행해선 안 된다"며 "정부가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의 지원을 위해 일종의 매칭펀드를 구상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 매칭펀드에 참여하는 것마저 도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일간지 광고수익 2년 내 60% 줄어"

미디어렙의 여파는 방송에만 그치지 않고 일간지를 포함한 인쇄매체 시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된 자료를 언급하며 "방송광고 대행 시장이 완전경쟁화되면 전체 일간지의 광고수익이 2년 내에 60.1%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지역방송협회와 여러 종교방송사들은 12일과 16일 잇달아 성명을 내고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반발하고 나섰?

CBS, 불교방송, 평화방송, 원음방송, 극동방송은 "정부는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광고 시장을 시장논리에 내맡기려 한다"며 "기획재정부 장관의 퇴진은 물론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역방송협회도 "광고 재원을 취약매체에 배분하는 기존의 방식은 문화다원성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미디어렙은 광고시장 독과점 현상을 오히려 심화시킬 것"이라 주장했다.

양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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