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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큐빅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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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큐빅 맞추기

입력
2008.09.1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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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거 색깔 다 맞게 할 수 있어?"라고 했을 때, 척척 돌려서 "짠" 하고, 여섯 면 다 맞춰 보이면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겨우 한 면 맞춰 보이고는, "이것도 대단한 실력인 거야!"라고 눙쳤다. 노력하면 옛날 그때만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십오년 전, 이것 못 맞추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라는 비루한 각오로 부단히 연마하다보니 보름 만에 30초 안에 맞출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적이 있었던 거다. 아이에게 멋진 아빠로 보이겠다는 일념으로 도전을 시작했다.

옛날만큼의 지독한 노력은 아니어서 그런지 잘 되지가 않았다. 간신히 막판 단계까지는 갔는데, 위쪽 아래쪽 오른쪽 왼쪽이 헛갈려서 마지막 한 면이 기어코 맞춰지지가 않았다. 큐빅 맞추기에 근 이틀을 몽땅 바치고도 못 맞춘 것이 분통하기도 하고, 아빠가 맞출 날만 기다리고 있는 아이에게 민망하기도 해서, 큐빅을 박살내고 싶을 만큼 참담했다.

그러다가 딱 하루만 더 도전해보자 하고, 또 막판 단계에서 헤매던 중, 우연히 한 번 다 맞췄다. "유레카!"를 외쳤다는 철학자처럼 큐빅을 들고 허둥지둥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이가 우러러보며 말했다. "아빠, 너무 멋졍!" 어찌나 자랑스럽던지. 역시 무슨 일이든 뒈지게 하면 일말의 성취는 와준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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