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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새미디어 '기대와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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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새미디어 '기대와 거품'

입력
2008.09.1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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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론정책에는 잘못된 두 가지 믿음이 있다. 하나는 외형적으로 다양한 매체들이 존재하면 다양성도 증진될 것이라는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매체가 늘어나면 그만큼 콘텐츠도 많아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지난 참여정부는 이 중에 전자의 믿음에 집착했었던 것 같다. 경영적으로 매우 어려운 지역신문들을 직접 지원하면 지역 언론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때문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몇년간 결코 적지 않은 재원을 지원해 왔다. 비슷하게 지역방송에 대한 배려도 함께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역 언론이 활성화되고 지역에 밀착된 언론문화가 창달되었는가에 대해서 그렇게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이다. 도리어 지역신문이나 지역방송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지역주민들이 아닌 지역을 담보로 한 언론사들만 지원한 꼴이 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현 정부는 초기단계에서 후자의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IPTV라는 막강한 융합형 플랫폼의 상용화로 엄청난 콘텐츠 산업 유발 효과를 통해 방송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도입 당시 내걸었던 기대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믿음이 지나치면 신화가 되기 마련이다. 분명 현실은 인간의 바람과 달리 냉엄한 곳이라는 것을 누차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믿음은 '믿고 싶은 신화'가 되어버린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새로운 미디어 도입 때마다 여전히 '장밋빛 미래'를 그려주는 신화가 항상 함께하고 있다.

신화는 인간에게 희망을 주고 현실의 어려움을 감내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다. 하지만 신화를 동반한 정책이 현실의 벽에 막혀 절망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심리적 상처 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ㆍ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다니엘 벨은 1960년에 쓴 <이데올로기의 종언> (The end of ideology)이라는 책에서 사회적 잉여가치를 이데올로기를 생산해내는 데 소비하는 국가는 결국 종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책은 사회주의 국가들을 비판하는 냉전 이데올로기 시각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미디어 도입정책 역사만 보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케이블TV' '최초의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내 손안의 TV, 위성DMB' 등 거창한 신화들을 내걸고 출범했던 새로운 매체들이 많다. 이들이 삼켜버린 경제적 잉여가치가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지금 디지털 융합시대를 내걸고 있는 IPTV는 물론이고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지상파방송사들의 MMS, 4G 모바일 TV 등은 또 어떤 신화를 걸고 도입될지 지켜볼 일이다.

어쩌면 지금 새로운 미디어 도입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화로 포장된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신 철저히 현실에 천착하고 시청자들에게 접근하는 낮은 자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만큼 지금의 방송시장은 모든 행위자들이 공생할 수 있는 블루 오션이 아니라 먹을 것은 다 찾아먹은 황무지인지도 모른다.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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