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에서의 비보가 전해진 15일, 초비상이 걸린 곳이 한두곳이 아니었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에도 월가 쇼크의 파고가 덮쳤다. KIC가 올 초 20억달러를 투자한 메릴린치가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매각을 결정했기 때문. KIC의 전체 투자의 10%가 걸려있는 일이었다.
진영욱(사진) KIC 사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BoA의 메릴린치 인수합병은 아직 기술적 부분들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KIC가 수익을 냈는지 손실을 봤는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KIC는 메릴린치 지분 7.4%(7,235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명목상 4대 주주. 외신들이 보도한 대로 BoA의 메릴린치 인수 조건이 주당 29달러라면 지난 7월 주당 27.5달러에 매입(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 KIC로서는 손실을 입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지만,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진 사장은 "메릴린치와 BoA의 주식을 1대 0.8595로 교환하기로 했으나, 12일 종가(29달러)로 할지 3개월 평균 주가로 할지 교환 조건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메릴린치와는 계속 접촉하고 있으며 조만간 BoA와도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IC가 리먼브러더스의 지분 인수를 검토했던 사실도 밝혔다. 진 사장의 취임(7월21일) 전인 6월 리먼브러더스 측에서 KIC를 방문,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 진 사장은 산업은행 측으로부터 리먼 인수에 참여를 제안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다 지나간 일"이라며 "메릴린치에 투자를 너무 많이 해 다른 투자 제안에 응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위기의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투자를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 사장은 "시장이 나빠도 기회는 있으므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역발상을 할 수 있다"며 "다만 경영권 인수 목적의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어스턴스에 이어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까지 대형 투자은행(IB)의 몰락이 가져온 'IB시대 종말론'에 대해서는 "IB와 상업은행(CB)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 같다"며 "BoA도 20년 전 문닫기 직전까지 몰린 적이 있었다. 지금은 상업은행(CB)시대라고 하는데 언젠가 다시 IB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KIC가 투자한 220억달러 중 10%에 해당하는 20억달러가 메릴린치에 투자됐을 정도로 펀드 규모가 너무 작다"며 "국부펀드가 이보다는 더 커야 국제사회에서 얘기도 통한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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