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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M&A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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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M&A 승부수'

입력
2008.09.1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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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ㆍ합병(M&A)에 나선다.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형 M&A로 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7일 세계 1위 메모리카드 제조업체인 미국 샌디스크사를 주당 26달러씩 총 58억5,000만달러(약 6조5,7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이 공개한 인수제안서에 따르면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엘리 하라리 샌디스크 회장에게 서한을 보내 "샌디스크 주식을 모두 현금으로 인수하겠다"며 "인수 후 샌디스크를 별도 자회사로 운영하며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제의했다. 삼성은 샌디스크와 올해 5월부터 4개월째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샌디스크는 플래시 메모리 등 반도체 관련 특허 1,000여 개를 보유한 반도체 업체로,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연간 5억달러의 특허료를 받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연간 4억달러의 특허료를 샌디스크에 지불하고 있다. 샌디스크는 디지털카메라, USB메모리 등에 쓰이는 플래시 메모리카드 세계 시장에서 지난해 30%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고 MP3 플레이어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8억달러. 그러나 최근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한때 주당 55달러였던 주가가 최근 15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샌디스크 인수에 성공할 경우 공급 과잉인 반도체 시장에서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샌디스크가 만드는 MP3, USB 메모리 등에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부품부터 제품까지 일괄 공정체제를 갖추게 되는데다, 연간 4억달러에 이르는 특허료도 아낄 수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2위인 일본 도시바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샌디스크 인수는 매력적이다. 도시바는 삼성 타도를 위해 2004년 샌디스크와 함께 '플래시파트너스'라는 합작기업을 설립,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이 샌디스크를 인수하면 당연히 도시바의 삼성 추격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시바도 샌디스크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돼왔다. 하지만 이날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는 자금 확보가 쉽지 않아 일단 인수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샌디스크 측의 반응이다. 샌디스크 이사회는 "주식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삼성 제의를 공식 거부했다. 샌디스크 측은 최근 52주 내 최고 가격인 주당 55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샌디스크가 현실과 동떨어진 기대치를 고수하고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샌디스크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당분간 주당 인수 가격을 올리지 않고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삼성이 이례적으로 인수제안서를 공개한 사실 자체가 샌디스크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보고 있다.

인수 경쟁자도 없는 상황에서 적정가를 제시해 주주들을 흔들고, 반도체 시장 동향과 향후 운영 계획 등을 언급해 이사진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삼성의 인수 의지가 강하고, 샌디스크도 어려운 처지인 만큼 양 사가 가격 조건에만 합의하면 M&A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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