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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장애인 올림픽이 남긴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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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장애인 올림픽이 남긴 과제들

입력
2008.09.1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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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했던 베이징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이 어제 막을 내렸다. 올 여름 비장애인올림픽 선수들이 지친 국민들을 열광케 하고 위로했듯, 우리의 자랑스러운 장애인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뛰었다. 국가의 명예와 개인의 영광이 그들의 어깨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감동이 부족한 시절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장애인 선수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편의 가슴 뭉클한 드라마다. 한 마디로 불가능은 없음을 보여주는 인간 승리인 때문이다. 장애인올림픽은 그런 선수들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며 어우러져 하나 되는 축제의 마당이었다.

▲ 여전히 삶과 유리된 장애인체육

이번 장애인올림픽은 성과도 있었다. 장애인 메달리스트의 연금 상한액을 비장애인선수와 똑같이 해서 지급하겠다는 국무총리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연금 주는 것까지 차별해온 것이 뒤늦게나마 시정되어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이다. 그리고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에서부터 시작된 '황연대 성취상'이 비공식 행사의 굴레를 벗고 20년 만에 공식 폐막행사에 포함되었다. 우리나라 장애인계의 대모인 황연대씨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하는 바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선수들의 영광과 감동에서 짙은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한국은 금메달 10개, 은메달 8개, 동메달 13개로 프랑스에 이어 종합순위 1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과연 그 성적이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배려의 세계 순위일까.

우선 그들의 감동적인 경기 장면은 어느 공중파 방송에서도 생중계되지 않았다. 비장애인 올림픽의 경우는 전 방송사가 전파를 낭비하면서까지 같은 경기를 경쟁적으로 중계했던 것과 비교할 때 천양지차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다르다는 차별 인식을 방송사가 스스로 각인시켜 온 국민에게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방송의 차별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제도적 차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지 모른다.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주로 하는 보치아 경기 같은 경우 올림픽 6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금메달을 딴 박건우 선수는 고등학교 3학년이기에 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다. 중증장애인은 계속 운동을 하려면 집을 나와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야 한다. 행복하고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의 품을 떠나야 하는 것이 장애인 삶의 아이러니다. 장애인체육이 아직도 장애인의 삶에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네의 체육시설을 가보라. 눈을 씻고 봐도 장애인이 운동하는 장면을 보지 못한다. 바로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시설, 장애인이 끼어 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비장애인들의 편견과 차별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체육은 비장애인보다 더욱 큰 의미로 다가간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삶의 의욕을 체육 활동에서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각 지역에 건립되는 국민체육센터나 시설은 장애인들이 접근해서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게 바뀌어야 한다.

▲ 지역사회부터 체육 인프라를

또한 그 시설에 소프트웨어 격인 장애인 체육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체계적인 장애인 생활체육이 지역사회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으며 스포츠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그런 인프라가 조성된 후에야 장애인 선수들이 생활체육지도자로 취업해 고용이 해결되는 동시에 장애인 실업팀이 창단될 기반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장애인 선수들이 국위를 선양하는 짜릿한 감동, 스포츠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쁨을 계속 즐길 수 있다. 물론 장애인올림픽의 성적 순위가 진정한 우리 복지의 순위가 되고 삶의 질 순위도 될 것이다.

고정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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