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한 코너인 '돌발영상'이 아니었다. 방송인 스스로 의도적으로 저지른 어이없는 방송 사고였다. 그저께 오후 1시 보도전문 케이블채널인 YTN의 '뉴스의 현장'을 보던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앵커숏(앵커가 화면에 잡히는 장면) 뒤에 갑자기 'YTN 접수기도, 낙하산은 물러가라' '공정방송' 등이 적힌 피켓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YTN노조 간부들이 화면에 보이도록 메인 스튜디오 뒤편 유리창에 몰려와 구본홍 사장 선임 반대를 위한 '돌발시위'를 벌인 것이다.
우선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1988년 MBC '뉴스데스크' 방송 도중 한 남자가 침입해 "내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외치는 웃지 못할 사건이 일어난 뒤부터 방송사 메인 스튜디오는 안팎으로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여기에는 방송사 직원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어서 관계자 외에는 그 주변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
평소 얼마나 스튜디오 통제에 무신경했으면 한꺼번에 10여명이, 그것도 큰 피켓을 들고 방송을 향해 시위를 할 수 있었을까. 더구나 간부들은 사태가 벌어진 것도 모르고 있다가 10여분 뒤에야 부랴부랴 달려와 "방송 갖고 이래서는 안 된다" 며 실랑이를 벌었다니, 지금 YTN의 조직 관리가 어떤지 알 만하다.
예고 없이 첩보작전을 벌이듯 방송 사상 유례가 없는 생방송 '돌발 시위'를 벌인 노조도 경솔했다. YTN 노조는 스튜디오 침입 시위가 리본 투쟁과 총파업을 위한 신호탄이라고 했다. 출근 저지, 인사발령 거부, 연가투쟁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두 달 넘게 시위를 계속해도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 답답하고 절박한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시위 효과에만 집착해 방송인으로서 스스로 '성역'까지 훼손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자기가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존중을 바랄 수는 없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투쟁도 좋고, 총파업의 신호탄도 좋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방법의 정당성도 중요하다. 방송과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는 결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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