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대부분의 ‘인하’ 예상에도 불구하고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린 결론은 금리 동결이었다. 여기에는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게 꼬여있는 현 미국경제 현실에 대한 FRB의 고민이 엿보인다.
FRB는 이날 회의 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근 금융시장의 위기 증가와 경제성장 둔화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그동안 계속해온 유동성 공급 등 실질적인 통화정책 완화가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보면, 경기 쪽을 봐서 금리를 내릴 수도 있지만 그동안 각종 긴급 유동성 지원 등의 조치가 이미 금리인하와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판단이다. 무시할 수 없는 물가상승 압력도 여전한 상황. FRB는 이날 시장의 예상과 달리 조만간 금리인하를 예고하는 시그널도 표시하지 않아 당분간 동결기조를 예고했다.
그럼 드러내지 않은 FRB의 고민은 뭘까. 우선 이번 금융위기의 본질이 신뢰 상실의 결과이지, 금리인하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정부 자금 투입을 거부한 미 재무부의 입장처럼 금융회사들의 신뢰상실로 인해 야기된 시장의 혼돈을 ‘모두에게 혜택과 책임이 가는’ 정책금리 인하로 해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다음은 금리인하로 과연 경기가 회복될 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지난해 5.25%였던 금리를 2%까지 낮췄지만 시장의 돈줄은 여전히 말라 있다. 엄청난 유동성 공급에도 신용위기로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은 금리인하 효과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여기에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를 초래한 저금리의 부작용을 반복하기 싫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같은 고민은 이달초 금리를 동결한 영국이나 이날 역시 금리를 동결한 일본처럼 각국 중앙은행의 행보에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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