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8년이 걸렸다. '가을에도 야구하자'던 롯데와 부산 팬들의 눈물겨운 숙원이 마침내 이뤄졌다.
롯데가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9-6으로 이겨 남은 13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4강 티켓을 확정했다. 롯데가 13경기를 모두 지고 5위 한화가 5전승을 해도 승자승 원칙에 따라 롯데가 4위를 차지한다.
롯데는 지난 시즌 후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율야구의 선두주자인 로이스터 감독은 '훈련=성적'이라는 공식을 파괴했다. 선수들 스스로 "이렇게만 훈련해도 되나 싶나" 할 만큼 스프링캠프 때는 물론 시즌 중에도 훈련량이 적었다. 대신 로이스터 감독이 주문한 집중력과 자신감은 선수들의 열망을 깨웠다.
로이스터 감독은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는 선수에게도, 패색이 짙은 9회말 마지막 타자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7년간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롯데 선수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긍정'의 리더십은 무서운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한여름 집단 슬럼프에 빠졌던 타선은 올림픽 휴식기 이후 거짓말처럼 되살아났다. 팀 창단 최다연승인 11연승을 구가한 롯데는 최근 23경기에서 21승(2패)를 쓸어 담는 '기적'을 창조했다.
2000년 매직리그 2위로 마지막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던 롯데는 이후 간판 선수들의 은퇴와 이적, 구단의 인색한 투자와 맞물려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 여파로 지난 2년간 롯데 타선은 '이대호와 8명의 난장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러나 올시즌 3년간의 공백을 딛고 복귀한 조성환과 최고 용병으로 우뚝 선 가르시아가 타선의 핵이 됐고, 김주찬 손광민 박기혁 이인구 등 젊은 선수들이 유망주 껍질을 깨고 실력을 만개했다.
마운드에서도 손민한 외에 송승준과 장원준이 10승 투수 대열에 합류하는 등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두터운 선발진을 확보한 게 롯데를 가을 잔치로 이끈 힘이다. 로이스터 감독을 직접 영입한 신동빈 그룹 부회장의 야구단에 대한 투자도 큰 몫을 했다.
잠실에서는 2위 두산이 선두 SK에 4-5로 패하면서 롯데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앉았다. 목동에서는 7위 히어로즈가 6위 KIA를 7-0으로 대파했다. KIA는 최근 5연패.
성환희 기자 양준호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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