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의 대암산 용늪이 죽어가고 있다. 1994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습지 보호를 위한 람사르협약에 따라 1997년 국내 제1호로 등록된 곳이다. 내달 28일 경남 창원에서 개막될 람사르협약 총회를 앞두고 국내 등록습지 8곳을 점검하다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니 남세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대암산 용늪이 경남 창녕우포늪이나 전남 무안개펄 등 다른 7곳의 '람사르 습지'와 차원이 다른 곳임은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다. 비가 많고 온도가 낮은 해발 1,280m 산기슭의 습지는 세계적 희귀식물의 소중한 군락지다. 특히 대암산 정상이 민통선 안에 있어 수십년 간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돼 4,500년 전의 '태고의 신비'가 그대로 보전된 곳이기도 하다.
습지의 많은 부분이 맨땅처럼 변했다는데, 주된 원인이 인근 군부대 때문이라니 더욱 기가 막힌다. 군부대 연병장과 스케이트장, 작전도로와 헬기장을 만드느라 생겨난 경사지에서 습지에 최대 위협물인 토사가 마구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마른 먼지가 풀풀 날리는 맨땅 주변에는 물매화나 개통발 등등 보전해야 할 생태계 생명 대신 여느 산에서 볼 수 있는 육상식물이 번져가고 있다.
국방부와 환경부가 군부대 이전을 재촉하지만 그 비용을 누가 댈지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고 한다. 또 도로와 맨땅을 자연석으로 대체하고 토사가 쌓인 경사면에 떼를 입히겠다는데, 불과 10억원의 예산마저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모양이다. 시간과 돈을 어떻게 쓰는지, 뒤늦게나마 정부 대응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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