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의 전형이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폭풍을 만들 듯, '월가 쇼크'는 16일 우리 증시를 '패닉'으로 밀어넣었다. 지수상 충격의 강도는 미국(3~4% 하락)의 두 배 이상(6~8% 하락)이었다.
이날 우리 증시는 최악의 기록을 쏟아냈다. 코스피지수(1,387.75)는 일거에 1,400선을 붕괴시키며 지난해 3월 5일(1,376.15) 이후 최저로 내려앉았고, 낙폭(-90.17포인트)은 사상 3번째였다. 코스닥지수(429.29)의 하락률(-8.06%) 역시 지난해 8월 16일(-10.15%) 이후 최대였다.
이날 하루만 증시에선 무려 51조4,231억원(시가총액 기준)이 증발했다. 얼마나 급하게 떨어졌는지 개장 1시간도 안돼 코스닥(올해 네 번째)과 유가증권시장(올해 세 번째)에서 연달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양 시장(유가증권 및 코스닥)을 합쳐 오른 종목은 100가 채 안됐는데(94개), 하한가를 맞은 종목은 150개나 됐다. 특히 미국 신용위기 증폭, 금융기관 추가파산 우려에 리먼브러더스 투자에 따른 손실 걱정까지 겹친 증권 은행 보험 등 금융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증시 패닉 드라마의 연출은 월가였지만 주연은 단연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6,068억원어치를 팔아치워 6월 12일 이후 최대 매도공세를 퍼부었다. 올 들어 12일까지 27조4,304억원 순매도(유가증권시장 기준)로 지난해 기록(24조7,117억원)을 이미 깬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행보가 국내 증시의 수급 악화라는 시나리오로 이어진다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기관의 지수 방어력이다. 투신 연기금 등을 망라한 기관은 사상 여섯 번째로 많은 일별 순매수 규모(7,704억원)를 기록하며 추가폭락(1,380선)을 저지했다. "커다란 악재 해소(리먼 파산)에 따른 저가매수"(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본부장)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망에 대해선 단기적으론 관망, 장기적으론 기대하는 눈치다. "미국의 금리인하 여부, 대형 투자은행의 실적발표, 주택지표 발표 등을 일단 지켜보라"(김준기 SK증권 투자전략팀장), "미국의 금융위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고 증시도 의미 있는 저점 부근을 통과하고 있다"(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등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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