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K에너지는 16일 하루동안 무려 1,578억원의 환차손이 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이 50.9원이나 폭등, 1,160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원유 도입 과정에서 환율이 1원 오르면 31억원의 환차손이 생기는데 단 하루 동안 환차손이 이렇게 커진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2. 중견 건설업체 A사는 16일 한 은행 지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사는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하기 위해 은행측과 신규 청약자에 대한 대출 범위를 늘리는 방안을 협의해 왔는데 더 이상 논의를 계속하기 힘들다는 연락을 받은 것. A사 관계자는 "당분간 금융 기관들의 대출 규제가 더욱 심해지면 문을 닫는 중소 건설사가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당장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체나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자금난을 겪던 건설업체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부도 전반적인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진단하면서도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실물 경제 부문에서 가장 사색이 된 곳은 정유업종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10년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하며 4년여만에 다시 1,160원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마다 환율 상승에 대한 위험 회피 차원에서 헤지를 하고 있고, 오히려 수출시엔 환차익을 볼 수도 있는 만큼 정확한 피해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 그러나 환율 변동성 증대는 기업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그 만큼 커진다는 것이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 우려다.
건설 업종도 초상집 분위기다.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금융권은 주택 관련 대출에 더욱 몸을 사릴 것이 분명하다. 특히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경우 중견 건설사에 이어 이젠 대형 건설사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일반 개인들이 부동산과 관련,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도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도 이번 악재가 전반적인 미국 경기 침체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25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47만대)보다 15.5%나 줄었고, 현대ㆍ기아차의 판매량도 8.0% 감소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사태가 악화할 경우에 대비, 추가적인 원가절감과 수요 확대방안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종도 대형 조선사는 문제가 없지만 중소형 조선사의 경우 자금 압박과 수주 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유럽의 중소형 선박 펀드들이 신용경색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주를 줄이거나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조선소 건립을 동시에 추진 중인 중소형사의 경우 도산 위기에 처하는 곳도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자업종은 외화를 차입해 시설 투자를 하는 게 없어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에 불과, 당장 우리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전반적인 선진국 시장의 경기 침체가 우리 수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신흥개발도상국으로 확대될 수도 있어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ㆍ부동산팀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