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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만에 떼낸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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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만에 떼낸 '처음처럼'

입력
2008.09.1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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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형을 선고 받았던 신영복(67)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서예 작품을 일선 지구대에 걸기로 했다가 반나절 만에 황급히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6일 오전 신 교수의 '처음처럼'이란 서예작품을 서각(書刻ㆍ글씨를 써서 나무에 새기는 것)으로 제작, 관할 지구대 7곳에 걸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등포서는 신 교수 서각 게시는 이철성 서장의 특별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서장도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봉사 정신이 흐려지기 쉬운데, 이 작품을 보고 각오를 다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영등포서는 그러나 이날 오후 게시방침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좋은 취지로 진행했으나, 언론에 보도된 뒤 일부에서 '경찰이 국보법 위반자 작품을 걸어도 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이 벌어져 백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백지화 결정은 이 서장의 개인적 판단에 따른 것이며, 경찰 고위층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신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형을 선고 받고 20년 복역한 뒤 88년 출소했는데, 개인전을 열 만큼 서예 솜씨가 뛰어나다. '처음처럼'은 95년 개인전 출품작으로 '민체' 혹은 '유배체'로 불리는 개성 넘치는 서체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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