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금융위기 공포에 전세계가 떨고 있다.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은 긴급자금을 투입하고, 중국은 6년간 유지하던 긴축정책을 철회하는 등 위기 확산 차단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하지만 유동성 긴급 수혈도, 금리 인하도 커지는 투자 불안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월요일 휴장했던 일본 중국 홍콩 증시가 큰 폭 하락하는 등 위기의 바람이 이틀째 세계 금융권을 휘몰아쳤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6일 2조5,000억엔(약 27조원)의 단기자금을 금융시장에 공급하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총리도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하지만 정부 대응조치가 발표된 이후 증시 낙폭이 오히려 확대되는 등 투자자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니케이 지수는 전일 파산보호신청을 한 리먼 브러더스에 대출을 해준 은행들을 중심으로 폭락해 4.95% 하락 마감했다. 3년2개월 만에 최저치이다.
리먼브러더스가 뉴욕 파산법원에 제출한 주요채권자 명단에 따르면 일본 금융기관의 융자잔고가 16억7,000만달러에 달한다고 교도(共同)통신이 보도했다. 이중 리먼에 4억6,300만달러를 대출해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아오조라 은행은 15.76%가 폭락했으며, 미즈호 파이낸셜그룹(피해액 3억8,200만달러) 10.68%, 신세이 은행(피해액 2억3,100만달러) 16.04% 하락하는 등 피해가 집중됐다. 더욱이 일본 법인인 리먼브러더스 증권은 일본 국채 매입규모가 올해 상반기 기준 외국계 금융회사 중 1위를 기록하는 등 일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충격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ㆍ홍콩 중국 정부는 전일 6년 만에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하는 등 긴박하게 대응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6일 1,986.64포인트를 기록 4.47% 하락하며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6,000포인트를 찍은 후 11개월 만에 3분의1 토막났다. 중국 양대 은행인 공상은행과 건설은행이 각각 10%에 육박하는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금융주에 피해가 집중됐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5.4% 하락을 기록했다. 주시쿤(朱希昆)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중국 증시는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여 제조업을 중심으로 상당한 반등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유럽 유럽중앙은행(ECB)도 전일 300억유로(약 49조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한데 이어 16일에도 700억유로(약 115조원) 추가 자금 공급계획을 발표했으나, 금융 불안을 진화하지는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16일 "이제까지 미국의 금융위기를 고소한 듯 바라보던 유럽도 전날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데 이어 약세가 이틀연속 이어지자 긴장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스위스에 본부를 둔 UBS가 미국 모기지시장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날 취리히 증시에서 14.5%가 폭락했고, 역시 리먼에 7억1,300만달러의 손실은 입은 것으로 발표한 벨기에 덱시아은행의 주가도 9.2% 하락했다.
개발도상국 물가상승 등 경제여건 악화로 6월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던 개발도상국의 증시도 이번 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개도국 주가지수는 15일 2.1%가 하락해 2006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초 정점을 찍은 이후 30%나 하락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 개도국 중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나 브라질 같은 국가나 재정적으로 취약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등이 이번 금융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주가가 6.2% 하락했고, 브라질은 7.59%, 터키는 5.5%대의 주가하락을 기록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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