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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탐욕이 빚은 금융공포' 처음과 끝을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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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탐욕이 빚은 금융공포' 처음과 끝을 살펴야

입력
2008.09.1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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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가에서 터진 '금융폭탄'의 후폭풍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초토화됐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신용경색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붕괴 위기를 느껴 긴급 유동성을 사실상 무제한 지원하겠다는 카드까지 꺼냈으나 시장 분위기는 공포 일색이다. 뒤늦게 미국 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거나 금융자본의 무절제한 탐욕이 초래한 참사라는 자성과 비판은 쏟아지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시장을 진정시킬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어제 우리 금융시장도 7년 전 '9ㆍ11 테러' 때에 버금가는 '절망과 공포'가 지배했다. 주가는 한때 7% 가까운 100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환율 역시 환란 이후 최대 폭등세를 연출했다. 정부가 추석 연휴 때부터 달러유동성 공급, 금융회사 재무건전성 점검 등 시장 불안심리를 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어제도 관계 부처가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지만 세계적 신용경색 우려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메릴린치 매각 등이 우리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이로써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라는 유령이 출현한 지 1년 반이 넘었는데도 아직 그 실체를 알지 못하니 그럴 만하다. 부실의 규모가 얼마인지, 그것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그 불이 또 어떤 곳으로 옮겨 붙을 건지 등이 모두 오리무중이다. 손실액만 해도 당초 2,000억 달러 안팎으로 예상되던 것이 이미 5,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1조5,000억 달러까지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는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FRB(연방 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현재의 위기는 100년 만에 한번 올까말까 한 사건"이라며 "더 많은 대형은행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한 중국언론도 "리먼 브러더스 사태는 작년 7월 1파가 몰아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기의 '제5파'일 뿐 앞으로 더 큰 충격파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어제 미국 금융시장 불안의 세계적 확산을 우려하면서도 "리먼사태가 파산 신청으로 일단락됨에 따라 중ㆍ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빨리 제거돼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시장의 유별난 과잉반응을 다독이겠다는 뜻으로 이해되나 행여 이 말이 정책당국의 현실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면 실로 걱정된다. 이런 정도의 인식으로 글로벌 금융허브를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따지고 보면 산업은행이 얼마 전 세계적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며 리먼 브러더스 인수의향을 내비쳤다가 중도 포기한 사례, 정부가 국제금융시장의 자금사정도 모른 채 9월 위기설을 잠재우겠다며 1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에 나섰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해프닝도 괴물과 유령이 날뛰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식견 부족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사태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고통스런 사건이고 상당 기간 정책당국도 좌불안석으로 만들 것이다. 그런 고통과 시련을 보상 받으려면 정부와 시장참가자들 모두 '탐욕과 공포'가 반복되는 금융시장의 생리를 잘 깨닫고 쏠림과 공포를 키우는 자기파괴적 행동을 절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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