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멎을 것 같습니다. 대상이라니….”
대구의 전통 재래시장인 대구역 옆 번개시장에서 20여년간 주방용품 가게 ‘동환스텐’을 운영 중인 손동환(57)씨는 추석 연휴중 뜻밖의 선물을 받고 어쩔 줄을 몰랐다. 한국예총 진주시지부로부터 전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의 공모전인 ‘제58회 개천미술대전’ 한국화 부문의 대상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192명이 출품한 한국화 부문에서 ‘명경대의 만추’라는 제목의 수묵담채화로 영광을 안게 된 그는 “지난 3월 북한 금강산을 찾아 명경대와 만물상, 구룡폭포 등 비경을 카메라에 담은 뒤 이를 화폭에 옮겨 개천미술대전에 출품했는데 뜻밖에 대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미술을 전혀 전공하지 않은 손씨가 본격적으로 그림에 뛰어든 것은 2003년 대구대 평생대학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어린 시절 고향 경남 합천군 그림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남다른 면모를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가정형편으로 생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1985년 사업이 부도난 후에는 번개시장 3칸짜리 가게에 또아리를 틀게 됐다.
그림에 대한 열망을 꾹 눌러오던 그는 대구대에서 ‘조약돌 화가’로 잘 알려진 남학호 화백을 만나면서 한국화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대구대 입학전 중국 산수화에 관심을 보였던 그는 남 화백의 영향으로 우리의 산야를 진솔하게 그린 겸재 정선 선생의 ‘진경산수화’에 심취하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가게 문을 열어놓고도 손님이 조금 뜸하기만 하면 붓과 화선지를 꺼내 들었다. 밥그릇 등을 사러 온 아줌마들은 물건 값을 물어도 그림을 그리느라 건성으로 대답하는 그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으나 이제는 ‘만학도’로 인정, “무슨 그림을 그리느냐”는 인사로 흥정을 시작할 정도가 됐다.
신진작가의 등용문인 개천미술대전에서 2006년과 2007년 잇따라 특선을 해오다 올해 마침내 대상을 차지한 손씨는 이제 ‘추천작가’의 반열에 오르면서 독자적인 한국화 세계의 구축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손씨는 “앞으로도 나름대로 독창적인 시각을 담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광을 화선지에 담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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