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문호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가 2008년 대한민국 공연계를 접수했다. 지난 여름 무용 관객에게 황홀경을 선사한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내한 공연 '돈키호테'에 이어 이번 가을에도 연극 뮤지컬 무용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색채의 돈키호테가 공연 중이거나 개막이 예정돼 있어 '돈키호테 특수'를 맞고 있는 셈이다. 돈키호테>
■ 엉뚱하거나 광기 넘치거나
우유부단한 사색가 햄릿과 저돌적인 행동가 돈키호테. 인간형을 구분하는 대명사가 된 돈키호테는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꿈을 일깨우는 힘이 있는 캐릭터다.
2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계속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웅장한 무대와 묵직한 음악으로 관객의 잃어버린 꿈을 되살린다. 세르반테스가 감옥 안에서 죄수들에게 자신이 쓴 소설 <돈키호테> 를 극중극으로 들려주는 형식이다. 돈키호테>
데일 와써맨 극작의 브로드웨이 초연(1965)을 바탕으로 2004년부터 오디뮤지컬컴퍼니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완이 연출했다. 김성기 류정한 조승우 정성화 4명의 뮤지컬 스타가 2005년 국내 초연, 지난해 재공연의 돈키호테 역을 거쳐 갔다. 이번 무대는 류정한과 정성화가 책임진다. 1588-5212
뮤지컬이 거대한 세트로 돈키호테가 처한 남루한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면,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해외 초청작 '돈키호테'는 오로지 올해 60세의 프랑스인 연출가 겸 배우 자크 부르고의 힘만으로 끌어가는 연극이다.
텅 빈 무대는 이상주의적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적 인물 산초, 풍차는 물론이고 채소장수, 목동, 댄서, 부랑아, 거리의 여자, 천둥번개까지 혼자 책임지는 자크 부르고 1명의 땀과 열정으로 채워진다. 10월 7, 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3673-2561
역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참가작으로 21~23일 옛 서울역사에서 공연되는 극단 몸꼴의 복합장르 공연 '돈키호테-인간적 열광'은 돈키호테의 광기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돈키호테의 풍차를 향한 돌진은 세상 밖으로 튕겨져 나갈 듯 달려가는 가슴 저미는 광기'라는 기획 의도 하에 병원 침대 4개를 이용해 만든 풍차를 무대에 등장시킨다. (02)764-7462
무용 분야에서는 10월 13일 호암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제1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참가작 '돈 큐'가 눈에 띈다. 역시 세르반테스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현실을 벗어나 과거의 모험 속으로 도피하려는 늙어가는 남자와 젊은 친구의 이야기다. (02)3216-1185
■ 기사도 정신의 부재를 꼬집다
인간의 보편성을 담보한 고전문학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미치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이렇듯 유난히 지금의 예술가들이 돈키호테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키호테-인간적 열광'의 프로듀서 배정자씨는 "기사도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불의에 대한 저항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사라져가고 있는데다 맨정신으로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이 현대인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라는 말이다.
특히 창작자들은 돈키호테의 내면에 주목한다. 자크 부르고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르반테스가 창조한 몽상가와 늙은 귀족의 이중 자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인간성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돈키호테를 택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키호테는 희극적 요소가 강한 덕분에 여러 예술 장르에서 환영받는 소재가 된다. 무용 칼럼니스트 유형종씨는 "돈키호테의 엉뚱함은 희극성과 연결되면서도 인간의 내면까지 다루는 힘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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