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역사를 누누이 강조해도 한국의 과거에 대해 세계인들이 맨 먼저 떠올리는 것은 한국전쟁이다. 역사 교과서도 그 부분에 대한 기술로 한국과 관련한 페이지를 채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1~24일 개최하는 제4회 세계한국학대회는 첫번째 특별세션의 주제로 '각국 교과서에 나타난 한국'을 선택했다. 6편의 발표 논문 중 3편이 중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의 교과서에 비친 한국전쟁의 모습을 다뤘다.
손용택 한중연 교수는 "교과서에 실린 한국전쟁은 외국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갖게 되는 첫번째 이미지"라며 이 부분의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中 "美에 3년간 싸워 이겨" 자화자찬
■ 중국 교과서의 자국사(自國史)적 해석
안지영 한중연 연구원의 논문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국전쟁을 다르게 기술하는 중국 교과서의 모습에 주목한다.
1987년 인민교육출판사 발간 <세계역사> 는 '인민민주역량의 강화와 미국의 패권주의'라는 장에 한국전쟁 관련 내용을 수록했다. "조선과 중국의 양국 인민은 미국 침략군을 곧 북위 38도선 부근까지 격퇴시켰다. 세계역사>
1953년 여름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조선정전협정을 체결했다."(285쪽) 한국전쟁을 미국에 대한 항전으로 인식하는, 남북한을 배제한 자국사적 입장에서의 서술이다.
1996년 발간된 <세계근현대사> 는 사뭇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1950년 6월 조선내전이 폭발했다. 미국은 UN안보이사회를 조정하여 결의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침략자'라고 비난했다."(79쪽) 세계근현대사>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명확히 하고, 북한의 남침 사실도 완곡하게나마 표현했다. 이런 논조 변화는 개혁ㆍ개방, 그리고 한ㆍ중 수교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다시 정치적 목적이 뚜렷해진다. 2005년 발간된 <역사> 는 "조선전쟁 중 신중국은 세계에서 최강대 국가인 미국을 상대로 3년의 전쟁을 진행하여 미군에 이길 수 없다는 신화를 타파했다"(111쪽)고 기술하고 있다. 역사>
중국의 민족주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강조했던 표현들은 삭제되거나 이데올로기적 동질감이 배제된 채 기록되고 있다.
日, 일본경제 엄청난 수혜는 숨겨
■ 일본 세계사 교과서 속의 조선전쟁
박소영 한중연 연구원은 일본 교과서의 한국전쟁 기술을 전쟁 이전의 국내외 상황, 발발 원인, 일본에 미친 영향으로 나눠 분석한다.
교과서들은 해방 후 한국 민중의 건국 노력, 미ㆍ소 양국의 실리에 의한 분할 등 전쟁 발발의 배경에 대한 정보를 주는데 인색하다. "조선은 카이로회담에서 전후 독립이 승인되어 있었지만,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북쪽은 소련이 남쪽은 미국이 관리 하에 두었다."(아마카와출판사 <상설세계사> 345쪽, 2006년 검정통과). 상설세계사>
한국 내 민족통일운동, 열강의 숨은 의도 등은 생략한 채 단순히 동서대립 격화에 따라 한반도가 분할 점령됐다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을 통해 일본경제가 엄청난 수혜를 받은 점도 최근 들어 제대로 조명하지 않고 있다. 1987년 출간된 교과서가 "조선전쟁의 물자 조달을 일본에 발주하는 특수가 증가하여 일본경제는 급속히 회복되었다"고 썼으나, 1998년 '학습지도요령' 개정 이후에 발간된 교과서는 그 영향에 대한 내용을 간소화하거나 생략하고 있다.
또 전쟁에 가담한 결과 일본 공산당이 몰락하고 중립노선을 지킨 사회당은 유지되는 등 일본 정치체제의 변화에도 한국전쟁이 결정적 계기가 된 점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한국전쟁이 갖는 세계 현대사적 의미에 대해서도 '냉전의 고착화'라는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박 연구원은 지적했다.
■ 20여개국 135명 학자 서울서 '세계와 소통하는 한국학' 논의
한국학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담론 형성을 모색하는 제4회 세계한국학대회는 21~24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세계와 소통하는 한국학'으로 20여개국 135명의 학자들이 참가해 13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002년부터 격년제로 여는 이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한국학 학술대회다. 과거 인문학 중심이었던 한국학 연구 경향을 넘어 한국과 관련된 다방면의 연구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개회식에서는 한국 불교학의 권위자 로버트 버스웰 UCLA 교수가 '동아시아의 문화적 상황에서 한국 불교'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예술 등 기존 14개 지정분과 외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한ㆍ일 문화교류사' 등을 다루는 특별 분과도 마련된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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