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역시 '패닉' 양상을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50원 넘게 올라 10년 전 '국가 부도사태' 당시를 방불케 했다. 4년 전 수준까지 치솟은 환율은 1,200원대 돌파도 곧 닥쳐올 분위기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의 도미노 붕괴를 목격한 투자자들에게 원화는 대번에 관심 밖으로 밀렸다. 국내 은행, 역외 할 것 없이 안전자산(달러화) 확보에 나선 결과, 환율은 거침없이 뛰었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9월 위기설을 무사히 넘기면서 환율 상승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거에 무너졌다"며 "국내외 참가자들이 전방위로 달러화 매수에 가담하면서 패닉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주 예정됐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이 연기된 데 이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연내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달러수요를 부추겼다. 외국인이 6,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국내 증시는 물론, 일본과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5% 안팎의 폭락양상을 보이면서 투신권의 환매수도 자극했다.
당국의 개입도 약발이 전혀 없었다. 이날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미국 금융시장 사태에 대한 우리 외환시장의 반응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원화 가치는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약세였다. 이날 싱가포르와 인도 등 다른 아시아 통화의 절하율은 1% 내외였던 반면, 원화의 절하율은 4.59%로 최고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머징 마켓 가운데서도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원화 절하율이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서도 더 높았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전망 자체도 불투명하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손성원 교수는 이날 "당분간 불확실성이 계속돼 환율이 1,200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지만 한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챠트는 위쪽으로 열려있지만 앞으로 장을 예측할 수 없어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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