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를 무너뜨린 월스트리트 발(發) 금융위기 핵폭탄이 16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금융시장을 무차별 융탄폭격 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각국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국내 주가는 올들어 최대폭으로 하락하고 환율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는 등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정부는 자금공급확대 등 긴급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중심을 잃은 투자심리를 다잡을 수는 없었다.
2001년 9ㆍ11테러 직후에 이어 2번째로 큰 개장직후 하락률(-6.54%)을 보이며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하루 동안 100포인트 가까이(90.17포인트ㆍ6.10%) 빠지며 올들어 최저 수준인 1,387.75까지 내려앉았다. 코스닥지수도 8.06%(37.62포인트) 내린 429.29로 마감됐다.
역대 2번째로 주가 급락시 발동되는 사이드카가 코스피ㆍ코스닥 시장에 동시 발동됐고 전 업종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하루 사이 시가총액은 51조원 넘게 증발했다.
환율은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의 공포를 재연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0년 만에 최대폭(달러당 50.9원)으로 급등하면서 4년여 만에 1,160원대로 올라섰고 원ㆍ엔 환율(1,112.07원)도 4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은 환율 급등에 구두개입으로 맞섰지만 원화를 버리고 안전자산(달러화)을 찾는 공포심리를 잠재우지 못했다.
반면, 채권은 주식에 비해 안전성이 부각되면서 강세를 보여 지표물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13%포인트 하락한 연 5.53%에 거래됐다.
우리처럼 추석 연휴 등으로 하루 더 쉬고 개장한 아시아 각국 증시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47% 급락하며 1,986.64로 마감,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이 붕괴됐고 홍콩 항셍지수는 5.44% 폭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4.95%(605.04포인트) 급락해 올해 최저치를 경신하며 3년여 만에 최저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 어느 곳도 금융위기 ‘쓰나미’를 비껴가지 못했지만 특히 이날 국내 주가와 환율의 공포 반응은 주변국을 압도했다. 대부분 5% 안팎의 내림세를 보인 아시아 각국보다 한국 증시의 하락률(6.5~8%)은 훨씬 컸다. 원화 가치 역시 1% 안팎의 절하율을 보인 아시아 주요국 통화에 비해 하락폭(4.59%)이 압도적이었다. “대외변수에 취약한 금융시장 구조에 특유의 불안심리가 더해진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리먼브러더스 서울 지점의 영업을 정지하는 한편,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와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갖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는 “심리적 동요가 없으면 국내 금융시장 직접적 피해는 제한적일 것”(청와대 관계자) “리먼 사태는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론 시장의 호재가 될 수 있다”(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고 말했지만, 시장엔 위안이 되지 못했다.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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