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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 '피의 일요일'/ 초대형 투자銀의 몰락…미국發 '금융 쓰나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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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 '피의 일요일'/ 초대형 투자銀의 몰락…미국發 '금융 쓰나미' 공포

입력
2008.09.1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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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먼브러더스 파산·메릴린치 매각

지구 한편에서는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빚고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던 9월의 두 번째 주말, 반대편인 뉴욕 월가에서는 일찍이 본 적 없었던 소리 없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CNBC 방송이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이라 표현한 이날 하루, 월가 금융회사의 경영진들은 대부분 출근해 자사의 리먼브라더스 관련 자산 노출 규모를 파악하느라 분주했고 리먼 본사에는 커다란 빈 가방을 들고 들어가서 자기 짐을 정리해 가득 채워 나오는 굳은 표정의 직원들이 들락거렸다.

비행기가 빌딩을 들이받은 9ㆍ11 테러 때처럼 강렬한 영상은 없었지만, 각각 158년과 94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IB) 리먼과 메릴린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자유자재로 국경을 넘어 영토를 확장하던 '금융 제국'의 몰락을 뜻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의 대참사라 할 만했다.

'피의 일요일'

미국 정부와 월가 IB들이 주말 '리먼 구하기'를 위한 긴급 회동까지 갖게 된 것은 사실상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협상 중단선언이 발단이 됐다. 산은의 협상 중단으로 9일 단 하루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난 리먼은 18일로 예정됐던 실적발표를 10일로 앞당기고 자구책도 내 놓았으나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11일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미 재무부가 개입한 가운데 리먼에 대한 매각 논의가 진행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등이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됐으며 논의는 12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계속 이어졌다. 외신들이 연준을 들고 나는 월가 IB 중역들의 움직임을 생중계하듯 보도하는 가운데, 초반에는 베어스턴스처럼 리먼도 결국 누구에게든 인수될 것이라는 희망적 분위기가 우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 정부와 월가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자리였다. 미국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실시하기로 발표한 지 겨우 1주일 밖에 되지 않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도덕적 해이 논란과 혈세 남용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리먼에 대해 공적자금 투입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잠재 인수자들은 리먼의 추가 부실 규모가 정확히 예측되지 않는 만큼 정부가 일정부분 보증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14일 바클레이즈가 협상장에서 먼저 떠났고 3시간 후 BoA도 협상장에서 철수했다. 리먼은 뉴욕주 남부지법에 美 연방 파산보호법 '챕터 11'에 따라 파산을 정식 신청했다.

리먼을 떠난 BoA는 대신 메릴린치의 새 주인이 됐다. 메릴린치는 주말 유동성이 급격히 부족해진데다 월요일 증시가 개장하면 주가가 폭락할 수 있어 협상 이틀 만에 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는 합병 후 대규모 감원 사태를 예상하고 있으며 존 테인 최고경영자(CEO)도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파장 최소화에 부심하는 월가

리먼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피인수, AIG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미국 금융시장이 '쓰나미'급 참사를 맞음에 따라 FRB를 비롯한 미국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파장 최소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FRB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프라이머리 딜러대출(PDCF)'이나 '기간부 국채임대대출(TSLF)' 등 월가 금융회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출의 담보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TSLF 대출 규모도 1,75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로 늘렸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담보 대상 확대는 민간 금융회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시장의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FRB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민간 대형 은행들은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한 7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한 은행은 BoA, 바클레이즈, 씨티은행, UBS, 메릴린치,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도이치은행 등 10곳으로, 각각 70억달러씩 내놓게 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모든 은행들이 원활한 유동성을 위해 이번 주부터 이 펀드로부터 자금을 대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먼브라더스

미국 5대 투자은행(IB) 중 하나로 독일 출신 유태인 이민자 헨리 리먼이 1844년 앨러배마주 몽고메리에 문을 연 포목상에서 출발했다. 6년 후 헨리의 형제인 엠마누엘과 메이어가 가세하면서 지금의 리먼브라더스를 세웠다. 처음엔 농부들에게 면화를 사서 되파는 사업을 하다 곡물 브로커로 성장한 뒤 유통, 조사연구, 금융 등으로 업무를 확장했다.

1984년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인수됐다가 94년 다시 독립하기는 등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리처드 풀드가 지난 15년간 투자은행과 자산관리 사업부문 등을 보강했고 해외영업망을 확충한 결과, 리먼브라더스는 순익 중 절반 이상을 미국 밖에서 벌어들이고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는 세계적인 IB로 성장했다.

그러나 덩치가 커지면서 부동산 투자까지 욕심을 낸 게 결국 화를 자초한 꼴이 됐다. 다른 IB에 비해 모기지 자산이 유독 많아 작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었으며 결국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메릴린치

세계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플로리다 출신 찰스 E. 메릴이 1914년 뉴욕 월가(街)에 사무소를 개설한 것이 그 시초가 됐다. 이후 메릴린치는 일반 대중투자자에 대한 영업을 바탕으로 '고객 이익 제일주의'를 표방했으며 매매수수료를 주요 수입으로 성장했다.

59년 파트너제(制)에서 주식회사로 변신하며 당시 업계 2위 베체를 크게 앞질렀다. 69년 투자신탁에 진출, 이 분야에서도 미국 최대의 판매업자로 등극해 차차 영업활동을 다각화했다. 세계 최대의 증권회사인 메릴린치피어스페너앤드스미스(Merrill Lynch, pierce, Fenner & Smith lnc)를 비롯해 보험, 부동산 등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증권중개업, 상품 선물거래, 기업ㆍ자치체ㆍ연방정부의 증권 매매대행, 투자금융 등이다. 본사는 뉴욕에 있으며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해 영업활동을 벌여왔다. 메릴린치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제일 먼저 증권투자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증권사의 종합 금융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진주 기자 문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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