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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소기업 차장의 '2008 한가위 별곡'/ "달 보면서도 회사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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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소기업 차장의 '2008 한가위 별곡'/ "달 보면서도 회사 걱정"

입력
2008.09.1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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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회사 사정이 안 좋아 걱정인데, 짧은 추석연휴로 스트레스만 더 쌓였어요."

중소 무역회사에 다니는 고모(41)차장은 올해 추석 만큼 맥 빠지고 힘든 귀성도 별로 없었다고 푸념했다. 전북 고창의 부모님 댁에 있던 시간보다 차 안에서 '회사 걱정하느라, 울며 보채는 아이 어르느라' 답답하게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고 차장의 추석 스트레스는 짧은 연휴 탓만은 아니다. 정작 고민은 연휴기간에도 발 뻗고 쉴 수 없는 회사 사정이다. 회사가 중국 일본을 상대로 수출입을 하는데, 수입 비중이 크다 보니 환율 상승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고 차장은 "9월에 환율이 너무 올라 급한 물건 아니면 일단 중단했다. 대기업이야 환헤지를 하지만 중소기업은 충격이 심하다"고 걱정했다. 더군다나 올림픽 이후 내수 활성화가 기대됐던 중국 경기가 꺼져가는 것도 더 큰 불안이다.

"회사가 중국 부동산에도 투자한 모양인데, 잘 안 된 것 같아 흉흉하다"는 고씨에게 추석 연휴는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두둑한 추석 상여금에 연차 휴가를 붙여 연휴를 느긋하게 지내는 대기업 친구들을 보는 것도 속타는 일이었다. 현대차, GS건설 등 일부 대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연차 이틀을 추석연휴에 연이어 쓰도록 권고했다.

교통비와 상여금 등의 명목으로 작게는 50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보너스까지 챙겼다. 초중고 교사들도 학교장 재량에 따라 4~5일을 쉬는 곳이 많았다.

반면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449곳 중 절반 가까이가 추석보너스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추석은 참 쓸쓸했다"는 고 차장은 고향집에서도 70대 노부모와 단촐하게 추석을 보냈다. 여느 추석 때면 두 분 누님 댁도 시댁에서 차례를 지낸 뒤 고향집에 들러 오랜만에 온 가족들이 모일 터였지만, 이번엔 고향집을 찾지 않았다.

동네 일가 친척 중에서도 차례만 지낸 뒤 황급히 올라가거나 아예 내려오지 않은 가족들도 많았다.

잠깐 짬을 내 만난 고향 친구들도 볼 멘 소리를 토해냈다.

한 친구는 "새 정부 들어 집값이 뛸 것 같아 융자로 집을 장만했다가 집값 하락과 대출이자 상승으로 낭패를 보고 있다"면서 "월급 받아서 은행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하소연 했다.

또 한 친구도 "종소기업인데도 회사가 어려워 5일 휴가를 받았다"면서 "회사가 망하지야 않겠지만 경기부양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차장은 친구들에게 "물가관리 때문에 경기부양책 실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괜한 말싸움만 벌어질 걸 우려해서다.

고 차장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건강한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다시 힘이 생겼다. 우리보다 더한 질곡을 이겨낸 부모님은 여전히 고향 집에서 견디고 계신데 젊은 놈이 벌써부터 좌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 차장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성공하는 기업과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내년 추석에는 부모님께 꼭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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