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무산의 후폭풍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처리 무산의 원인이 된 예결특위 불참 의원들을 겨냥, 당내에서 '문책론'이 일고 있는 게 발단이다. "172석 거대 여당이 정기국회 초장부터 덩칫값을 못한 만큼 일벌 백계로 기강을 잡아야 한다"는 게 문책론의 요지다.
하지만 사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공교롭게 불참 의원 다수가 친(親) 박근혜계여서 문책이 자칫 계파갈등으로 번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추경안의 핵심인 한전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맞느냐는 근본적 회의까지 일고 있어 문제가 복잡하다.
불참 의원 7명 중 유승민 유기준 이계진 이진복 조원진 의원은 친박계, 신성범 황영철 의원은 각각 친 이명박, 중립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친박 의원들의 불참을 놓고 "지도부에 대한 사보타주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친이 세력에선 "정기국회에서 여러 중요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친박측의 조직적 비토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초기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친이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좀더 의견을 수렴해야겠지만 윤리위 회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친박 의원들은 "회의 불참은 불찰이지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의원들 대부분은 "하루 종일 기다리다 처리 가능성이 없어 보이자 지역구로 발길을 돌렸다"며 "원대대표단이 소집했을 때는 돌아오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한 당 관계자는 "친이 의원들은 상당수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지만 친박 의원들은 영남 등 지방이 많다 보니 밤늦게 표결 참석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도부가 사보임(辭補任)에서 실수를 해놓고 불참 의원만 징계한다면 친이 대 친박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지도부부터 내 탓이라고 자성해야지 징계하겠다고 나서면 일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추경안의 핵심인 공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과연 타당하느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예결위에 불참했던 유승민 의원은 이날 "가격을 동결하면서 공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시장 원리를 부정하는 민주당이나 민노당에 어울리는 정책"이라며 "옳지 않다고 판단, 예결위 표결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소신 불참이었다는 얘기다. 당내에는 이 논리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상당수여서 추경안 논란이 당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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