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기고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기이한 슈퍼 히어로 '헬보이'가 4년 만에 돌아온다.
'헬보이2: 골든 아미'는 아무리 공격해도 죽지 않는 무적의 황금군대를 일으켜 인간에게 빼앗긴 숲을 되찾으려는 요괴 누아다 왕자, 그것을 저지하려는 헬보이의 활약을 그린다.
괴력을 구사하는 지옥의 아들 헬보이(론 펄만), 불을 다루는 리즈(셀마 블레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양서류 인간 에이브(더그 존스) 등 1편의 등장인물이 그 배우 그대로 돌아오고, 황금군대의 신화를 차용했다.
1편에 비해 헬보이와 리즈 캐릭터의 흡인력은 약화된 면이 없지않다. 1편에서 전형적 영웅이 아니면서도 끌릴 수밖에 없었던 헬보이의 매력이란 리즈를 짝사랑하지만 차마 말 못하고 리즈 곁에 앉은 남자의 머리에 돌을 맞혀 화풀이하던 사춘기적 감성, 또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마초적인 풍모 사이의 긴장감이었다.
하지만 리즈와 연인 관계로 발전한 2편에서 이러한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불을 내뿜으며 헬보이와 사랑다툼을 하는 리즈 역시 1편에서의 어둠에 갇힌 음울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없다.
대신 매력을 발산하는 것은 악의 편인 누아다 왕자(루크 고스)를 비롯한 요괴 세상의 캐럭터들이다. 누아다 왕자가 끝없는 탐욕으로 요괴의 터전인 숲을 모두 파괴한 인간을 응징하기 위해 잠든 황금군대를 깨우겠다는 것은 얼마나 그럴듯한가.
더구나 그는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전사를 내세운다. 빌딩과 아스팔트 위를 온통 푸른 잎으로 뒤덮어 버리는 '숲의 정령' 엘리멘탈이 그렇다.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엘리멘탈"이라는 누아다 왕자의 경고에 헬보이도 주춤하지 않을 수 없다.
볼거리는 상당하다. 헬보이와 엘리멘탈의 싸움 외에도 요괴들이 득실거리는 트롤 마켓, 거대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가운데 벌어지는 헬보이와 누아다 왕자의 마지막 대결이 진진하다.
제작진은 판타지 가득한 트롤 마켓을 구성하기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 외곽에 4,000㎡의 동굴을 파서 세트를 짓고 200여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장시간 분장을 거쳤다. 헬보이와 누아다 왕자의 대결 역시 부다페스트의 한 대학 경기장에서 촬영됐다.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을 살짝 버무렸지만 결국 사랑과 가족애로 돌아가는 것은 여전하다. 에이브와 누알라 공주(아나 월턴)의 운명적인 사랑은 2편을 이끌어나가는 또 다른 중심축이고, 리즈는 쌍둥이를 임신해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3편이 기대되는 더 큰 이유는 지옥의 아들이면서도 늘 인간 편이었던 헬보이가 곧 자신의 운명에 직면할 것 같아서다. 죽음의 천사는 죽어가는 헬보이를 살려달라는 리즈에게 "그를 살려내 인류가 멸망의 순간에 처할 때 후회는 너의 몫"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25일 개봉, 12세 이상.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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