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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팔고도' 우울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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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팔고도' 우울한 기업들

입력
2008.09.1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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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등 재료비 상승에 따른 판매가격 인상과 수출호조 등에 힘입어 올 2분기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은 크게 늘었지만 영업활동으로 손에 쥔 현금은 되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불경기 여파로 재고가 늘고, 팔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매출채권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기업들의 유동성 악화가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1,118개 국내 제조업체의 2분기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늘어 1분기 증가세(18.5%)보다 높아졌다. 제조업체의 매출액영업이익률도 9.2%로 1분기(8.1%)보다 높았다. 이는 1,000원어치를 팔아 1분기에는 81원의 이익을 남겼지만 2분기엔 92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하지만 제품판매 등 영업활동으로 얻은 현금의 규모는 줄었다. 올 상반기중 제조업체의 평균 영업활동 현금수입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9억원 감소한 17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0억원 증가했지만 경기둔화에 따른 내수소비 부진으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증가하면서 손에 쥐는 돈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37억원 정도였던 재고자산은 133억원으로, 31억원 수준이던 매출채권은 130억원으로 늘었다.

이런 현상은 미분양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에서 훨씬 심했다. 상반기 2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매출채권 증가로 되려 현금 순유출 규모가 지난해 275억원에서 462억원으로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둔화로 물품 판매대금이 결제되는 기간이 늘어나고, 재고자산이 증가해 매출 가운데 현금으로 들어오는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들의 재무구조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80.3%에 불과했던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올 6월말 현재 92.8%까지 올랐다. 비제조업체는 같은 기간 95.8%에서 101.9%로 올랐다.

영업이익을 늘리고도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영업외 이익까지 감안한 세전순이익은 줄어드는 현상도 지속됐다. 2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6%로 1분기(6.7%)보다 상승했으나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6.7%로 1분기(8.5%)보다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제조업체에 비해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판매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비제조업체에서 두드러졌다.

한은 관계자는 “매출호조로 영업이익이 늘어났으나 외환손실 등에 따른 영업외 수지 적자가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다만 환율 변동폭이 컸던 1분기와 비교해서는 다소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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