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민간 기업들의 해외 차입에 적신호가 켜졌다. 민간 차입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미국 뉴욕에서 투자자들과 외평채 발행 가격 협상을 벌였으나,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1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국제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와병설 등 북한 문제까지 겹쳐 발행 조건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당초 정부는 미 국채 금리에 1.8%포인트 가량의 가산금리를 예상하고 2%포인트를 마지노선으로 정했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은 신용경색 등을 이유로 이보다 높은 가산금리를 요구해 발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별도의 추가 로드쇼 없이 외평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의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발행 재추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민간 기업들의 해외 차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조차 외평채 발행을 연기할 정도로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민간 기업들의 해외 채권 발행 여건 역시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공기업과 민간 은행, 기업들은 이달 말부터 11월 말까지 100억달러 규모의 해외 차입을 준비 중이다. 시장여건이 나쁜데도 “9월 위기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겠다”며 외평채 발행을 추진했던 정부의 과도한 자신감이 무리수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조건에서 무리하게 발행을 강행하는 경우 오히려 우리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이 된다는 점에서, 발행연기는 불가피한 결정이란 평가도 많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9월 위기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고, 자금이 아쉬운 상황도 아니다”며 “나쁜 조건을 감수하고 외평채 발행을 강행하면 차후 기업들의 차입 조건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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