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증권사는 얼마 전 신한금융지주와 LG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6개월짜리 원금비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을 공모했다 발행을 취소했다. 일반적으로 ELS 발행을 위해서 적어도 10억원이 모여야 하는데 청약 금액이 고작 3억원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에 나섰다 10억원도 채 못 채우고 사라지는 ELS가 부쩍 많아지면서 뜨거웠던 ELS 시장이 점점 미지근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각광 받던 ELS가 투자자 모으기에 애를 먹고 있다. 운용에 필요한 최소 청약 금액(일반적으로 10억원)을 채우지 못하고 발행이 취소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 것.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9월 들어서만 20개 가까운 공모 ELS가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 ELS 10개 중에 절반 정도는 미달이거나 2억~3억원 모으는 게 고작"이라며 "사모 ELS까지 합치면 성적은 더 나쁘다"고 귀띔했다.
손희욱 하나대투증권 차장은 ELS가 찬 밥 신세가 되고 있는 이유를 "이익은 커녕 원금 까지 까먹는 경우가 늘어서"라며 "투자자들이 'ELS도 안전하지만은 않구나' 하고 놀란 나머지 주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LS는 개별 주식(기초자산)의 가격이 주가 지수와 연계돼 수익률을 결정하는 구조 때문에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다. 특히 기초자산이 일정 폭(보통 30~50%) 이상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이익이 나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도 빛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30% 가까이 폭락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코스피 100종목 중 올 들어 11개 종목이 주가가 40% 이상 빠졌고 일부 종목은 60%가까이 떨어지면서 원금 손실선을 벗어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명호 현대증권 부장은 "주가가 보합 또는 강세를 보여야 수익이 나서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하고 또 다시 매수에 나서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데 이 고리가 끊어졌다"며 "돈 줄이 막힌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다 보니 그 나마 굴러다닐 수 있는 돈마저도 예금이나 채권 투자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는 원금 보장형 ELS가 잘 팔리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실제로 동양종합금융증권사가 내놓은 ELS 중 원금이 보장되는 'MYSTAR ELS 제 102호'는 목표액 100억원 중 96억원을 모은 반면 원금 보장이 안 되는 100호는 200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 청약금액은 겨우 3억원을 넘었고 107호와 110호는 각각 8억원(목표액 100억원)을 거두는 등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구민상 동양종금증권 대리는 "일반적으로 원금보장형은 원금비보장형 보다 수익률이 낮아서 거의 팔리지 않았지만 요즘은 인기가 좋다"면서 "주가가 급락 하다 보니 개별 종목보다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이 잘 팔리고 있어 관련 상품을 많이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수가 급락하면서 증권사들은 원금 손실선을 50%까지 낮추거나 조기 상환 주기를 짧게 하는 등 조건을 바꾸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처음 계획을 수정해 ELS 발행을 늦추거나 일시 중단 하며 투자자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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