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찬ㆍ안이영노 지음/레몬 발행ㆍ216쪽ㆍ1만원
"나는 1975년부터 1979년까지 4년 동안 해외 취재 기사를 가장 집중적으로 연재한 기자였다. 한국일보의 전통적인 개방 국제주의 노선에 따라, 볼펜 한 자루와 스틸 자동 카메라를 휴대하고 들락거린 나라는 20여개 국…"
그 안병찬(71ㆍ사진)씨는 여전히 볼펜촉을 괴롭히는 현역이다. 2007년 3~5월 '안병찬의 하이킥 라이프 – 자기 성장형 인간의 도래'라는 제목으로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기사들을 이 책으로 묶으면서도, 그는 '판갈이'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신문기자의 속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매 단원 끝마다 아들 안이영노(문화기획 '체인지 21' 대표)씨와 함께 나누는 대화를 게재, 신문지면에서 여백으로 남겨둔 말까지 털어놓은 것이다.
퓨전 해금 주자 이꽃별, 50대에 화가로 전업해 일가를 이룬 씨킴(김창일 아라리오갤러리 대표), 시국 대중집회를 이끌며 '국민 사회자'로 떠오른 최광기 등 한국 사회의 쟁점을 한몸에 구현한 인물들과 나눴던 대담의 현재성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동시대와의 소통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언론인의 원칙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더구나 이 책은 심장수술의 역경 속에서 연재한 원고들을 묶은 것이라 필자의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수술 받기 전날 실렸던 '살구나무 숲 넘어 강형용', 중환자실과 회복실을 드나들던 때 나온 씨킴, 최광기 등의 기사에 눈길이 더 가는 이유다.
"한국일보에서 가장 많이 썼다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쓴 것이 될 수 있다." 이 말은 베트남 패망 당시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며 '현장에서 본 베트남의 최후'(1975년 4월 30일자)를 쓰는 등 항상 역사의 중심에 서고자 했던 노기자가 밝히는 자존심의 근거다. 그가 진실을 향해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 속내를 밝힌 권말부록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인터뷰 기술'은 이 책이 제공하는 별미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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