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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 '피의 일요일'/ 사태파악 분주 금융당국 '긴박한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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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 '피의 일요일'/ 사태파악 분주 금융당국 '긴박한 연휴'

입력
2008.09.1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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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5대 투자은행(IB) 중 두 군데가 간판을 내렸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한 당국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휴일인 이날 긴박하게 움직였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넘어 리먼브라더스 파산신청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자 전광우 위원장을 비롯해 국장급 임원들과 실무국, 정책홍보팀 직원들이 출근해 2시간 이상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김종창 원장과 임원들, 실무부서 등이 모두 출근해 금융위와 공조하며 사태파악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전광우 금융위원장 주재 금융위ㆍ금융감독원 합동회의에서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과 메릴린치의 매각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겠지만 외부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 위원장은 특히 "청와대 등 관련 부처 및 기관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번 사태로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유동성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고 금융회사별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필요할 경우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과 협의해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기로 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리먼브라더스에 투자한 금액은 올 6월 말 기준 7억2,000달러(약 7,900억원). 그러나 그 규모가 크지는 않아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금감원 거시분석국 도보은 팀장은 "이는 국내 금융사 총 자산규모(2,358조원)의 0.03%에 지나지 않아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그 대부분은 리먼의 주식이나 채권이 아니라 리먼이 만든 주가연계증권(ELS)을 되팔기 위해 매입한 것으로 피해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영국 리먼브러더스의 서울지점에 금융감독원 검사 직원들을 보내 재산상태를 실사하고 영국 금융당국과 협의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당국 역시 리먼 파산과 메릴린치의 BoA 합병이 몰고올 파장 분석에 우선 집중했다. 9월 위기설을 겨우 빠져나온 국내시장이 다시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날 명절연휴로 장이 열리지 않은 중국 홍콩 한국 등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에서는 벌써부터 그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날 대만증시는 4%, 싱가포르 증시는 3%가 넘게 폭락했고 호주와 뉴질랜드, 태국 증시도 1%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증시는 추석 연휴 전인 12일 리먼 사태 해소 기대감으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이번 주엔 심리적 충격이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악재만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시장 관계자들은 "리먼의 청산과 메릴린치 피인수는 드디어 금융주가 바닥에 도달한 증거다. 글로벌 금융 시장을 안정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좋은 소식이다"고 밝힌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자산운용 회장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파산신청 이후 매각절차가 더욱 빨라져 결과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시기가 더 빨라지게 될 것이며, 제2의 리먼이라 불리던 메릴린치라는 불확실성도 제거됐으니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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