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 인생] 책을 보는 눈' 3代3色'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 인생] 책을 보는 눈' 3代3色'

입력
2008.09.16 00:12
0 0

우리 아버지는 책을 애지중지하신다. 책 읽고 책 모으는 게 취미여서 별 여유 없던 우리 집에는 가구는 별로 없고 책만 그득했다. 팔순이 넘은 지금도 아버지는 기력이 닿는 한 헌책방을 다니신다. 그런 덕택인지 나도 어릴 적부터 심심하면 아버지 책을 빼 보았다.

하지만 나는 책에 공들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서 구하기 힘든 귀한 책이란 것도 거의 없어졌다.

직업이 교수라 그런지 '공짜' 책들이 자주 온다. 필요한 책도 있고 흥미로운 책도 있지만,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때도 있다. 아버지에게는 그런 공짜 책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더 귀히 여기셨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책들은 소비상품처럼 되어 간지러운 표지와 선정적인 제목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활자도 지나치게 크고 여백도 너무 많아 종이를 낭비한다. 나무가 불쌍하다. 현란한 제목에 속아 실망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요즘은 책을 잘 사지도 않는다.

우스개처럼 들릴지 모르나 가격 당 글자가 많은 책을 구입하기로 했다. 과대 포장 책들에 대한 나의 소심한 복수다. 그래서 고전 문고판을 몇 권 샀다. 그것들을 읽으면서 이 책 저 책 여러 권을 읽으려고 할 게 아니라 가치있는 책을 여러번 읽는 게 더 낫겠구나 하고 느꼈다. 오십대 중반이 되어서야 그걸 깨달았으니 참 일찍도 깨달았다.

이런 말들은 우리 아들놈한테는 아무 소용없다. 그 녀석은 공대생인데, 책이라고는 도무지 읽지 않는다. 그 대신 컴퓨터 앞에 열심히 앉아 있다. 게임도 하고 채팅도 하고 영화도 불법 다운받아 보고 만화도 본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은 만화책을 넘기는 순간이다. 기껏 읽는다는 것이 <삼국지> 인데, 그것도 만화 삼국지를 보고 '필을 받아서'일 뿐이다.

그래도 나는 그를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책방 서생을 내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아니라도 인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과 손자의 이런 차이는 개인의 차이일까 시대의 차이일까?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