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월부터 시행되는 학교정보공시제 항목에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 가입교사 수'를 포함시키기로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는 사실상 전국교직원노조를 겨냥한 것이어서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 옥죄기'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5일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에 학교별 교원단체 및 노조 가입현황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국의 모든 초ㆍ중ㆍ고교는 학교정보공시제에 따라 12월부터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교사들의 노조 가입현황도 의무적으로 알리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사들이 어느 교원단체에 얼마나 가입돼 있는지를 상세히 알 수 있게 된다. 현재 전국 단위의 교원단체로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교조, 한국교원노조, 자유교원노조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대학 교원을 포함해 18만5,0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는 교총이 가장 많고 7만4,000여명 수준의 전교조가 뒤를 잇고 있다.
교과부의 이번 조치는 교원단체 가입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키로 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개정안에 대해 법제처 심사 등 행정 절차를 거쳐 10월말까지 시행령 제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시행령의 주요 공시 내용은 교원노조 가입자 수 외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교육과정 운영내용 ▲학생변동 상황 등이다.
그러나 이 사안은 뉴라이트 등 일부 보수 학부모ㆍ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어서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이들은 그 동안 줄곧 전교조에 대해서만 가입자수 공개를 요구해 왔다. 게다가 서울 지역에서 2010년부터 시행 예정인 '고교 선택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령 학생ㆍ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하면서 전교조 가입자 현황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전교조 소속 교사 비율이 높은 학교의 학생 충원이 모집 정원에 미달하기라도 하면 전교조를 탈퇴하라는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전교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임병구 전교조 대변인 직무대행은 "학부모의 알권리와 노조 가입자수 공개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전교조 죽이기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만큼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이미 언론보도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각 교원단체의 회원수가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굳이 공개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전교조 '내우외환'
전국교직원노조가 1998년 합법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자율'과
'경쟁'을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교육 당국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 내부의 불협화음마저 불거지면서 총체적 난국에 휩싸인 모습이다.
현재의 전교조를 보면 '내우외환'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진보 성향의 정부가 집권했던 지난 10년간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15일 "가입자 수를 공개하라"는 교과부의 발표는 수세 국면에 몰린 전교조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서울시교육청도 전교조에 대한 배척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 전교조'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당선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취임하기가 무섭게 2004년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더 이상의 대화나 타협은 없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나 다름 없었다. 공 교육감은 또 전교조의 극렬한 반대에도 아랑곳 없이 국제중 설립 계획과 고교 선택제 확대 방안 등을 잇따라 밀어붙이며 전교조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교원평가제'를 둘러싸고 터져 나온 조직 내부 갈등은 전교조에 치명타를 가했다. 교원평가제에 대해 찬성 취지의 발언을 한 대변인의 거취 문제를 놓고 정파간 해묵은 논쟁이 재연됐다.
전교조는 합리적 접점을 모색하는 대신 대변인 사퇴라는 미봉책으로 논란을 마무리해 폐쇄성에 갇힌 한계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특히 교원평가제는 노선 대립의 핵심 현안이라는 점에서 연말로 예정된 차기 위원장 선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김이삭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