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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전환의 모색' 4인의 석학, 한국사회 좌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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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전환의 모색' 4인의 석학, 한국사회 좌표 모색

입력
2008.09.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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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익 등 지음/생각의나무 발행ㆍ328쪽ㆍ1만5,000원

사회주의 몰락 이후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는 세계자본주의 체제. 이 질주는 인간에 대한 배려 없는 경쟁의 극대화, 발전과 성장의 이름으로 포장된 과학과 기술의 자기확장, 시장가치의 전면적 확산과 사회공동체 해체라는 부정적 현상들을 낳았다. 2008년 오늘의 대한민국에도 고스란히 드리워진 이 먹구름을 어떻게 걷어낼 수 있을까.

<전환의 모색> 은 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자리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등 4명의 석학이 진단한 현실좌표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이다. 후배 학자들과의 대담 형식인데, 질문에 대답하고 반론하며 덧붙이는 과정을 통해 걸러진 이들의 인문학적 담론은 각각 '온생명사상'(장회익)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최장집) '문화적 민주화'(도정일) '심미적 국가'(김우창) 라는 키워드로 분광돼 빛을 발한다.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이론은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졌으나 역설적으로 경제적 민주화, 사회경제적 시민권의 확대에 실패한 한국사회를 거시적으로 들여다보는 오목거울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는 그의 생각은 노무현 정부 들어 확대된 빈부격차, 고용 감소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 등 이른바 심화된 '민주화의 역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는 동시에 '경제적 가치가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인간적 가치'의 유지가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임을 웅변한다.

장회익 교수는 서구 근대가 낳은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온생명사상'을 제시한다. '생명은 그 가운데 결여를 안고, 이것을 타자가 채워주는 것이다'라는 요시노 히로시의 시 구절이 자신의 사유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생명은 결코 개별적으로 존재(낱생명)하지 않고 다른 생명체(보생명)와 함께 존재하며, 그것이 보다 큰 생명현상(온생명)의 한 부분이라는 사유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생태학적 상상력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시장논리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성의 공적인 사용과 토론문화의 활성화가 필연적이라는 도정일 교수의 '문화적 민주화', 자유롭고 조화로운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로서의 국가를 꿈꾸는 김우창 교수의 '심미적 국가'와 같은 키워드 역시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데 긴요한 실마리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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