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에 다시 강한 복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회의 보수화 바람과 시청자층의 고령화가 원인으로 보인다.
대표적 예는 20여년 만에 같은 작가가 비슷한 시대와 소재로 돌아온 MBC '에덴의 동쪽'. '에덴의 동쪽'의 작가 나연숙씨는 1989년 이명박 대통령을 모델로 한 KBS '야망의 세월'을 써서 40% 이상의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었다.
이 대통령이 집권한 해에 방송되는 '에덴의 동쪽' 역시 방영 6회 만에 동시간대 부동의 1위였던 SBS '식객'을 바짝 추격하며 시청률이 20%에 가깝다. 나씨의 두 드라마 모두 1960~70년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남자들의 성공기다.
KBS '태양의 여자'는 출생의 비밀과 두 여자의 대립, 아역의 등장 등 과거 히트 드라마의 코드를 상당 부분 가져오는 복고적 접근으로 의외의 성공을 거뒀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SBS '타짜'는 원작과 달리 주인공들의 고교 시절을 보여주면서 서사성을 부여하고 있다. 과거 시대극에 많이 사용되던 방식이다. KBS '전설의 고향'처럼 과거의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새로운 스타일로 손꼽히던 전문직 드라마나 시즌제 드라마 등은 기대 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MBC의 일요일 밤 시즌제 드라마 '궁S', 문화재를 소재로 한 MBC '밤이면 밤마다'는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한 채 폐지 또는 종영됐다.
전문직 드라마라 하더라도 MBC '뉴하트'나 SBS '식객'처럼 강한 선악 대립 구도나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등을 섞어야 성공한다. 남녀의 연애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SBS '달콤한 나의 도시'와 KBS '연애결혼' 등은 마니아 시청자에게서만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복고화의 원인은 먼저 젊은 시청자들이 TV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젊은 시청자들이 인터넷 등으로 드라마를 보는 바람에 방송 시청률에서 중장년층의 비중이 더 커졌다. 이들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시대적인 배경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TV칼럼니스트 정석희씨는 "새로운 스타일의 콘텐츠는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동력이 있을 때 나오게 마련"이라며 "최근 보수화된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이미 검증된 작품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회가 보수화 분위기를 띠면서 드라마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복고 성향이 계속될 것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정석희씨는 "복고라도 성공한 작품들은 모두 이 시대의 감각을 잘 배합한 작품들이다. '에덴의 동쪽'이나 '타짜'의 성공은 복고적인 요소들 안에 요즘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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