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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올릴 형편도… " 태안 '검은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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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올릴 형편도… " 태안 '검은달'

입력
2008.09.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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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차례상에 송편도 못 올릴 형편이에유."

지난해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충남 태안 주민들은 명절이 반갑기는커녕 두렵기만 하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김모(63)씨는 "손님이 없어 민박집 문을 닫은 지 오래됐슈. 먹고 살 길이 막막한데 추석은 무슨…"이라며 말문을 닫았다.

의항리 해수욕장 주변의 횟집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굴 양식장은 철거돼 언제 복구될지 기약이 없다. 어민 박모(41)씨는 "꽃게 철이 왔지만 배 타고 나가도 꽃게 구경조차 힘들다. 애들 교육비도 못대는 이 짓을 계속해야 할지, 도시로 나가 막일이라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12월 서해안을 덮친 검은 재앙은 집중방제로 외견상 깨끗해졌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생계를 위협 받고 있다. 재기의 희망이었던 올 여름 관광철은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국응복(55) 만리포번영회장은 "군청 집계에 따르면 태안을 다녀간 관광객이 예년 여름의 14%에 그쳤다"며 "전기세도 못내 문 닫는 가게가 늘어나는 등 정말 절박한 처지"라고 말했다.

안면도의 모 펜션 주인 이모(50)씨는 "여름 내내 10팀도 못 받았다. 펜션 인수하느라 은행 빚을 졌는데 이자를 못내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사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이 지금껏 손에 쥔 돈은 정부와 자치단체의 긴급생계비(가구당 약 70만~500만원)와 방제작업 인건비(일당 6만~7만원) 뿐이다. 그나마 방제 인건비는 1,2월분만 지급됐고 3월 이후는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

학수고대하는 보상비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의 피해액 산정과 법정소송을 거치느라 시일이 지연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기대만큼 나올 지도 미지수다.

참다 못한 태안 주민 6,863명은 12일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생계비 지급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1인당 매달 20만원씩 15개월간의 생계비 300만원(총 205억9,000만원)을 우선 지급해달라는 것이다.

원고는 어민을 제외하고 관광ㆍ숙박업소, 음식점, 도소매업 등 비수산분야 주민들이다. 이들은 앞서 5월 정부와 삼성중공업, 현대오일뱅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한승 및 굿모닝코리아는 "손해배상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손해액의 일부라도 지급받지 못하면 주민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되므로 최소한의 생계비를 임시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삼성중공업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먼저 따진 뒤 생계비 지급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지를 결정하게 된다.

앞서 6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선장 조모씨에게 징역 3년을,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선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해 사고 책임을 삼성측에 물었다. 하지만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 예인선단은 지난해 12월 7일 오전 7시6분께 해상크레인선을 이끌고 인천항에서 거제도로 향하던 중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14만6,000톤급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해 원유 1만2,547㎘가 유출됐다.

태안=전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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