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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뒤로 가는 현대·기아차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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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뒤로 가는 현대·기아차 노조

입력
2008.09.1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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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는 좀 다를까 싶었는데, 역시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노사 임금ㆍ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켰던 것처럼, 형제 회사인 기아차 노조 역시 11일 끝내 합의안을 거부했다.

추석 후 파업찬반투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기아차 노조는 파업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역시 현대차 노조가 그랬던 것처럼.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생계비 부족분 300% 및 격려금 300만원 지급, 상여금지급률 50% 인상, 정년 1년 연장, 주간 연속 2교대제 2009년9월 시행…. 현대차나 기아차 근로자에겐 이런 노사합의안이 부족해보일지 모르지만, 추석에도 보너스 한푼 못 받고 빈손으로 고향을 찾아야 하는 수많은 중소기업 근로자나 영세 서민들의 눈엔 ‘꿈 같은’ 조건들이다. 지금 같은 경제여건에 이 정도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이면 아무리 강성노조라도 받아들이는 게 마땅할 것 같은데, 현대ㆍ기아차 노조는 이런 세간의 따가운 시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몰락하는 자동차 제국, 미국의 GM과 포드, 크라이슬러가 생각난다. 이들의 붕괴과정엔 비정상적인 노사관계가 중심에 있었다. 노조는 무리한 요구와 파업을 반복했고, 사측 역시 ‘퍼주기’로 일관했다. 경쟁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한 일.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결국 세계 시장은 물론 안방인 미국시장까지 일본ㆍ한국차에 내주고 말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미국의 자동차3사는 지금 뒤늦게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공장문을 폐쇄하고 근로자들을 내쫓고 있다. 그래도 노조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회사가 문을 닫는 판국인데, 무슨 불평을 할 수 있으랴. 결국 스스로 부메랑을 맞고 있는 셈이다.

현대ㆍ기아차는 미국자동차의 몰락으로 가장 덕을 본 회사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는 그들의 실패스토리를 더욱 가슴속에 새겨봐야 한다. 말로만 원칙대응을 외치는 사측도 마찬가지다. 무리한 요구와 파업, 퍼주기, 그 끝이 무엇인지를.

경제부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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