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석 전 매듭을 다짐한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가 실소를 자아내는 소동 끝에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추석 후 다시 조속한 처리에 나설 방침이지만 여당의 '강행 처리' 시도에 반발한 민주당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추석 뒤의 처리 전망도 불투명하다.
물가상승 압력에 떠밀린 서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추경안은 '놀고 먹는다'는 비난을 받아온 국회가 국민에게 줄 수 있었던 첫 선물이었다. 그런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추경안 처리를 지연시킨 것은, 구체적 경위나 책임의 경중을 떠나 국회 전체의 무능을 거듭 드러냈다. 더욱이 거대 여당이 큰 마음 먹고 '강행 처리'를 시도했다가 엉뚱하게 '예결위 의결정족수'에 걸려 넘어진 과정은 단순한 '실수' 이상의 문제점을 일깨웠다.
한나라당은 172석이라는 커다란 덩치에 맞게 정국 주도의 자신감과 책임감, 결속력을 의원 각자는 물론 지도부가 제대로 갖췄는지 의심스럽다. 주눅이 들어 있는 제1야당을 충분히 어르고 달랠 만한데도 끝내 설득에 실패해 '강행 처리'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그렇게 모양새를 망가뜨렸으면 뒤처리라도 깔끔해야 했다.
그러나 미처 '의결 정족수'를 챙기지 못한 지도부의 빈 틈과 중요한 시기에 한눈을 판 일부 예결위원들의 무신경이 겹쳐 애써 시도한 일이 물거품이 돼 버렸다. 자유선진당 등의 성의에 먹칠을 한 정치적 부채도 크다. 당 지도부는 물론 '의결 정족수' 부족을 부른 예결위원들의 뼈아픈 자성이 요구된다.
민주당도 남의 불행을 즐길 처지는 아니다.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 시도를 보는 여론의 무늬결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여론의 보수화만을 탓하기 어려운 것은 민주당의 구태의연한 접근방식이 '강행처리' 불가피론 내지 동정론을 자극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피하기 어려운 전기ㆍ가스료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 어떻게 민생과 무관하며, '노인 틀니' 지원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인가.
추석 민심을 꼼꼼히 살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정상적 추경안 처리를 서두르는 것이 여야가 마주한 최대의 당면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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