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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북한을 어찌할 것인가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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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북한을 어찌할 것인가 II

입력
2008.09.1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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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북한을 어찌할 것인가'라는 칼럼을 썼다. 북한과 미국의 지루한 핵 대치의 산물인 냉전적 위기 상황에 얽매이기보다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국가 목표와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는 요지였다. 핵 문제가 한반도 분단 질서의 근본 변화를 오래도록 가로막고 있지만 역사 흐름에 역행하는 상황이 마냥 지속될 수 없다는 인식이 바탕이었다.

이런 인식이 아주 독단적인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35년 경력의 노련한 북한 관측통인 영국 리즈 대학의 에이던 포스터카터는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2005년 2월, 핵 위기를 넘어 북한의 붕괴에 대비하는 것이 한반도가 직면한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대비해야 하며, 어느 나라가 북한에 개입하고 누구는 물러나 있을 것인가를 미리 타협하는 것이 급하다는 주장이었다.

한반도 질서 '큰 그림'을 봐야

"핵 문제를 넘어 큰 그림을 보라"는 충고는 당장 실감나지 않는 먼 훗날 얘기로 들을 만했다. 10년 넘게 곡절을 거듭한 핵 논란에 짜증난 나머지 종잡을 수 없는 핵 문제를 짐짓 외면하려는 발상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즈음 우리와 미국 중국 일본은 북한 문제와 동맹의 장래는 물론, 역사와 영토 문제 등 오랜 분쟁 요소를 놓고 새삼 험하게 다투는 바람에 한반도 주변이 유난히 시끄러웠다. 소란의 근본은 바로 핵 문제에 가린 큰 그림, 북한 붕괴 때의 개입권과 관리권을 다투는 전략적 게임이라는 분석이었다.

우리와 주변국 모두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는 논리를 신봉하는 이들은 허황된 소리라고 할 것이다. 북한을 혐오하는 보수 세력일수록 큰 부담이 따를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와 통일 가능성을 애써 부정하는 모순된 심리를 내보이는 게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소련과 동구 공산국가가 잇따라 붕괴하던 시절, 드디어 통일이 다가왔다고 환호하던 이들이 막대한 통일비용 추정에 멈칫하다 뒤이은 북핵 논란에 손사래 치며 멀찍이 물러선 기억이 새롭다.

그렇게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북한의 돌연한 붕괴는 재앙"이라는 카산드라 식 예언은 지금도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굳게 믿는 이들은 우리 뜻과 관계없이 북한이 갑자기 무너질 개연성을 애써 간과하고 있다.

이것도 자나 깨나 우리 안위를 걱정하는 동맹 미국이 막아 주리라 기대할지 모르나, 미국의 역량도 분명 제한적이다. 든든한 버팀목 중국도 북한의 붕괴를 끝내 막을 힘과 재주는 없을 것이다. 전략과 힘과 지혜가 모두 부족한 우리 정부가 역사의 물꼬가 터지는 것을 앞장서 막기는 더욱 어렵다.

적대국이 함께 버텨주는 북한이 무너질 리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有故)는 체제 붕괴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 그것도 긴 여정이 아니라, 베를린 장벽 붕괴로 마무리된 동구권 혁명처럼 급속히 진행될 공산이 크다. 김일성 주석의 신화적 권위에 기댄 왕조적 통치 이데올로기를 구축한 김 위원장이 없는 북한에서 어떤 인물, 어떤 집단, 어떤 이데올로기도 체제를 오래 지탱할 수 없다.

권력세습을 논하는 것은 공허하다. 선군 기치를 앞세운 군부 통치를 점치는 것도 근거가 취약하다. 체제 보전과 변혁의 마지막 기대, 상징을 잃은 북한 주민이 집단 이반하는 상황을 내다봐야 한다. 북한 인민의 체제에 대한 자발적 동의와 지지는 생각보다 뿌리 깊지만 마냥 견고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집단 탈북을 넘어 아예 베를린 장벽처럼 휴전선을 허물자고 몰려오는 사태까지 예상할 필요가 있다.

'촛불' 들고 휴전선 넘는 상황도

무작정 '급변 사태'를 경계하는 것은 대비책이 될 수 없다. 주변국이 대세를 좌우하려는 움직임에 맞서 모두가 촛불을 들고 휴전선을 넘는 상황도 그려볼 만하다. 그게 최선의 방책일 수도 있다. 우리끼리 원수처럼 싸울 때가 아니다. 김 위원장의 와병에서 북한의 장래, 우리의 국가 행보를 생각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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