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이후 한번도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날선 공격을 해 왔던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9ㆍ11 테러 7주년인 11일 두차례 얼굴을 맞댔다.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첫번째로 만난 두 후보는 국가적 비극을 의식한 듯 숙연한 자세로 일체의 정치광고나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두 후보가 재차 자리를 같이 한 콜롬비아대학에서의 추모 포럼은 분위기가 달랐다. 날선 공방은 없었지만 '상대 후보와 다르다'는 것을 부각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동전을 던져 순서를 가린 끝에 먼저 패널리스트로부터 질문을 받은 매케인 후보는 "당시 우리는 통합을 끌어냈어야 했었다. 공화당원도 민주당원도 아닌 우리 모두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9ㆍ11 테러가 미국인들의 마음에서 점점 시들해지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패널리스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매케인 후보는 "조지 W 부시 정부는 그 때 미국인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가 쇼핑을 하라고 함으로써 통합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나였다면 국가에 대한 봉사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해 다시 한번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매케인은 안보분야에서 자신이 오바마 후보에 대해 갖는 강점을 의식한 듯 시종 자신있는 목소리로 부시와는 다른 매케인식 안보관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 악화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지적하며 "우리가 처한 도전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 뒤 "국민에게 (국가에 대한) 열의를 불어넣기 위해서 정부를 개혁해야 하고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에 대한 봉사를 주제로 시사주간 타임이 이틀 일정으로 개최한 포럼은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를 끌어내기 위한 국가와 민간단체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였으나, 매케인 후보는 이를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한 듯 자신을 부시 대통령과 비교하는 데 많은 정성을 쏟았다.
오바마 후보는 자신이 열세를 보이는 안보문제를, 그것도 9ㆍ11 기념식날 언급해야 한다는데 부담을 가진 듯 매케인 후보의 안보관에 큰 이의를 달지는 않았다. 그는 "국가에 대한 봉사에서 매케인 후보의 생각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전제한 뒤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논리로 매케인의 안보관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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