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한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하면, KIC가 메릴린치에 투자한 지분은 어떻게 될까.
BOA의 메릴린치 인수 조건은 주당 가격 29달러로, 지난주말 메릴린치 마감가인 17.05달러에 70%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수 조건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이 조건이면 일단 KIC로서는 손실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기존 주주를 최대한 보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IC는 7월 메릴린치와의 재협상을 통해 의무전환 우선주 20억달러 어치를 보통주로 조기전환하면서, 주당 27.5달러의 전환가격에 7,224만주를 취득했다. 따라서 현재 알려진 BOA와 메릴린치의 합의 내용에 따르면, BOA가 KIC의 보유 지분을 모두 29달러에 인수할 경우 KIC는 주당 1.5달러의 이익을 보는 셈이 된다.
KIC는 당초 1월 의무전환 우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메릴린치에 투자했다. 2010년10월 전환가격 52.4달러로 보통주로 자동전환하고 이때까지 연 9%의 배당을 받는 조건이었다. 메릴린치 주가가 반토막나면서 약 8억 달러의 평가손이 발생했으나, KIC는 7월 보통주 조기 전환 조치로 평가손을 털어냈다.
하지만 이후로도 주가가 계속 떨어져 주당 27.5달러에서 하락폭만큼 추가로 손실이 발생한 상태. 다만 KIC는 5월까지의 배당금 약 5,850만달러와 보통주 조기전환 시 옵션으로 받은 3,000만달러 등 1억1,000만달러의 현금을 메릴린치 투자로 챙겨, 손익분기점은 주당 26달러대로 파악되고 있다.
KIC 관계자는 "인수가격만 보면 나쁜 조건은 아니다"면서도 "BOA와 메릴린치가 공식적으로 인수 조건을 밝혀야 손익을 판단할 수 있다"며 성급한 평가를 피했다. 아직까지는 BOA가 메릴린치 기존 주주의 보유지분을 전부 인수할지도 분명치 않고 인수 방식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KIC로서는 어쨌든 거액을 투자한 메릴린치가 피인수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만큼, 향후 합병 과정에서 감자 등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합병 비율 조건이 불리해지면 손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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