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최대 자동차 그룹인 제너럴모터스(GM)는 2008년 전 모델과 2009년형 모델 5종을 직원 할인가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특단의 세일을 지난달 실시했다.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로 차가 팔리지 않자, 단행한 고육지책이다.
#2. 유럽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올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331만대를 팔아, 미국 포드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뒷걸음질하는 사이 전년 동기보다 7.2%나 판매를 늘렸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GM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판매부진과 자금부족의 늪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M과 함께 '빅3'로 불리는 포드와 크라이슬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 사이를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신흥 '빅3'가 치고 올라가고 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등 유럽 메이커들도 때를 기다렸다는 듯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고, 세계 5위의 자동차 업체로 발돋움한 현대ㆍ기아차의 도약도 눈부시다.
이 같은 지각변동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개별 완성차업체의 경기 대응 능력이라는 내부 요인과 고유가와 경기부진이라는 외생 변수가 결합하면서 세계 자동차 수급 판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고연비ㆍ소형 추세를 따라 잡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운명이 바뀌고 있다. 미 업체들이 강성노조와 전략 부재로 주저앉는 동안, 도요타가 빠른 시장 대응과 '카이젠(품질개선)'으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올라서고 있다.
때문에 이미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주의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고유가와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 등으로 생산라인을 다양화한 한국ㆍ일본 업체들은 고유가 파고의 충격을 덜 받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는 오히려 판세를 뒤집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 업체들은 구조조정과 기술제휴 등으로 위기타개를 모색하고 있다. GM은 대형 SUV 전문 브랜드(허머) 매각을 포함해 최대 4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각을 검토 중이다. 사브와 캐딜락, 시보레 등 11개 브랜드를 보유한 GM은 새턴과 뷰익 매각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도 지난 3월 랜드로버와 재규어를 인도 타타그룹에 넘겼고, 5억달러 규모의 보통주 매각도 계획 중이다. 최근엔 볼보 매각설도 고개를 들었다. 크라이슬러 역시 브라질 엔진공장을 이미 처분했다. 빅3는 미 정부에 50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지각변동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소형차 수요는 작년 1,500만대(점유율 27%)에서 2020년에는 3,800만대(44%)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소형차ㆍ친환경에 강한 업체들이 시장을 이끌 것"(윤우진 산업연구원 본부장)이기 때문이다.
이미 판도변화는 세계시장의 움직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 8월 미국시장에서 `빅3' 판매량은 모두 20% 이상 감소한 반면, 닛산(13%)과 BMW(1%)는 오히려 증가했다. 도요타(-9%), 혼다(-7%), 현대ㆍ기아차(-8%), 폭스바겐(-2%)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