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한 게 뭐 있다고 2%가 넘는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기는지 알 수가 없네요. 투자자들한테는 쪽박 안겨주고 자기들은 부른 배 두드리는 놀부 심보죠."
지난해 10월 중순 종자돈 6,000만원으로 4개 펀드(중국 관련 2개, 국내 주식형 2개)에 투자한 직장인 이슬기(33)씨는 30% 넘게 떨어진 수익률보다도 무책임한 은행이나 운용사에 더욱 화가 났다. 그는 "몇 분간 잠깐 설명(은행ㆍ증권사)해주고, 한 달에 한번 알아듣지도 못할 보고서 보낸다(운용사)는 명목으로 엄청난 수수료를 뜯어가는데, 솔직히 수수료만큼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불평했다. 그가 치른 수수료만 현재 169만원이 넘는다.
펀드 수수료(보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특히 올 들어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도 판매사나 운용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더 늘어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증권사의 펀드 판매수수료 수익은 2,4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6억원 많았다. 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 펀드를 팔아 7,300억원을 거둬들였다. 자산운용사의 1분기 운용보수(3,848억원)도 1년 전(2,561억원)보다 50%나 늘었다. 반면 지난 10개월간 국내ㆍ외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은 43조원을 손해 봤고, 특히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13조원을 잃었다. 원금을 한참이나 까먹으면서도, 상당한 비용을 금융회사에 안겨준 셈이다.
현재 펀드 투자자는 판매수수료(은행ㆍ증권사 등 판매사), 운용수수료(자산운용사), 수탁수수료(펀드 관련 사무) 등을 합쳐 해마다 투자한 돈의 2% 안팎을 낸다. 심지어 상당수 펀드는 3% 넘는 수수료를 받고 있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마이너스라도 연말에 30만원 가까운 수수료를 떼이는 셈이다.
투자자들의 원성은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형편없는 서비스와 정교하지 못한 운용능력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수료 체계에 쏠려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들은 펀드를 팔면서 손실 위험에 대한 정보를 빠뜨리기 일쑤고 종종 예상 수익률을 부풀리는 등 '불완전 판매' 시비가 여전하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4조원)인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에 대한 경고가 숱하게 쏟아졌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에 '몰빵' 했다가 30%가 넘는 손실을 보고 있다. 1조원 넘게 사라져 '악' 소리를 내는 투자자와 달리 미래에셋은 올 1분기에만 53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런데도 펀드 투자자들의 수수료 인하 주장은 매번 묵살되기 일쑤다. 무엇보다 펀드 판매의 90% 이상을 점하는 대형 은행과 증권사의 횡포가 문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판매망이 없는 운용사는 판매사(은행ㆍ증권사)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펀드 판매망 확대 비용을 어쩔 수 없이 투자자에게 떠넘기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같은 시리즈의 펀드라도 나중에 나온 상품일수록 판매 수수료가 비싼 경우가 그렇다. 예컨대 '미래에셋디스커버리 1호'의 판매 수수료(선취 포함)는 1%, '2호'는 1.65%, '3호'는 1.75%로 늘어났다.
남 탓만 할 일은 아니다. 눈치만 보는 운용사도 문제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가 펀드 직접판매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판매사 위세에 눌려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정부가 '자산운용사는 보유 자산의 20% 범위 안에서만 펀드를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제한을 없애고,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자산운용사가 운용보수 말고도 다른 보수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팔짱만 끼고 있는 금융당국도 잘못이 크다. 주가가 떨어지고 펀드 수익률이 급락할 때마다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운다며 수수료 관련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번번이 판매사의 반발에 밀려 '립(lip)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감독위원회가 펀드 판매보수 및 서비스 현실화를 위해 가입 기간별 판매보수 차등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해 7월 거론됐던 판매보수 폐지, 선취수수료 1회만 징수 등 강력 규제방안보다 도리어 한발 후퇴한 것이다. 그나마 계획대로 될지도 미지수다. 업계의 아우성이 들릴 때마다 재탕 삼탕 국물만 우려먹고 치우는 펀드 수수료 개선안은 있으나마나 하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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