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오케스트라 공연은 실력있고 젊고 매력적인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들의 협연으로 더 빛날 것 같다.
힐러리 한과 밴쿠버 심포니(10월 11일 오후5시 성남아트센터), 사라 장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10월 18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19일 오후7시 예술의전당), 아키코 스와나이와 KBS교향악단((10월 9일 KBS홀, 10월 10일 예술의전당 오후8시)이 협연한다.
세 연주자들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고, 한창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와나이는 30대 중반, 다른 두 사람은 20대 후반이다.
미국인 힐러리 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차세대 기둥으로 주목을 받았다. 10여년 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세계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의 역사를 이어갈 만한 젊은 연주자 중 누가 최고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힐러리 한을 꼽았다. 과연 그대로 되었다.
힐러리 한과 함께하는 밴쿠버 심포니는 캐나다에서 세번째로 큰 오케스트라다. 힐러리 한은 영국 출신 브램웰 토비의 지휘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한다.
워낙 자주 연주되는 인기곡이라 '또 그거냐'고 투덜대지 마시라. 힐러리 한은 바흐에서 20세기 작품까지 당찬 레퍼토리로 많은 음반을 냈지만, 아직 이 곡은 녹음하지 않았다. 팬들은 같은 곡이라도 그가 하면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아키코 스와나이는 1990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다. 그 대회를 후원한 일본 악기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도 돌았지만, 당시 일본 문화계는 열여덟살 소녀가 이룬 쾌거에 열광했다.
KBS교향악단과는 두번째 협연이다. 스테판 샌더링이 지휘하는 이번 무대에서 그는 바르톡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한다. 흔히 들을 수 있는 고전ㆍ낭만시대 곡이 아니라, 지금은 고전이 된 그러나 여전히 신선한 현대음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한국인' 사라 장의 뛰어난 재능과 그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신동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부터 충분히 알려진 터. 사라 장도 사라 장이지만 협연하는 오케스트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국에는 처음 오는 이 악단과 살로넨은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맡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더불어 미국 오케스트라의 '서부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의 이른바 '빅 쓰리'가 누리던 영광은 점차 시들고, 바야흐로 서부 오케스트라가 부상 중이다. 살로넨은 많은 팬들이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려 온 지휘자. 그는 2008-2009 시즌을 끝으로 17년간 이끌어 온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을 떠난다.
살로넨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마지막 아시아 투어인 이번 공연에서 사라 장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들려준다. 부드럽게 때론 격렬하게 서정이 물결치는 아름다운 곡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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