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은 한 마디로 경제가 심리라는 점을 재확인 시켜준 사례입니다. 일종의 자기최면 같은 것이었죠."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의 채정태(49ㆍ사진) 한국대표는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9월 위기설'의 실체를 국가경제에 신뢰감을 잃은 시장의 불안한 심리라고 정의했다.
외국인들의 주식매도물량이 급증한 8월로 접어들면서 S&P에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잇따랐다고 한다. S&P는 한국정부의 신용등급은 A, 전망은 안정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위기설의 실체가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은 들으려 하질 않았다.
채 대표는"국가신용등급이 A인 한국의 국채금리가 6~7% 정도라면 어느 곳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돈을 빼서 무너지는 증시에 투자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물가 경기악화 경상수지적자 등으로 국가경제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상황에서 환율불안이라는 또 하나의 돌을 맞으면서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고 결국 9월 위기설로 나타났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 대표는 S&P의 신용평가기준으로 볼 때 한국경제의 현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침체(recession)'으로 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다만 "안정적이지만'저성장(Slow down)'상태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도 상황을 시장 스스로가 불안감을 비이성적으로 확대, 재생산했다고 밖에는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P가 한국경제를 전망하는'안정적'이라는 의미는 긍정적인 요소들과 부정적인 요인들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채 대표는 한국경제의 긍정적 요인에 대해 ▦정부의 견실한 재정상태 ▦2,400억 달러에 달하는 안정적인 외환보유액 ▦역동적이고 다각화된 산업구조 ▦부채비율 100% 이하의 안정적인 기업 재정상태와 은행 건전성 수준 등을 꼽았다. 이어 한국경제의 부정적인 요인으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 등 북한과 관련한 지정학적 위험요소(안보리스크) ▦외화채무가 단기화 하면서 발생할 유동성 문제 ▦정부예산 편성의 유연성 부족 ▦중소기업의 경쟁력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현재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악화문제에 대해 "S&P로선 북한 내부의 다양한 변화 시나리오에 맞춰 한국정부의 신용평가 등급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당장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북한이 권력공백으로 혼란에 빠지고 암투와 내분이 일어나 난민들이 한국으로 넘어오고 한국정부의 경제적 부담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의 하항 압력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사진=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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