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부가 발표한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은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밝힌 '저탄소 녹색성장'을 뒷받침할 첫번째 세부 실천 계획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도대체 '저탄소 녹색성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처음으로 구체적인 답을 내 놓은 것.
사실 그린에너지산업은 가까운 미래에 거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미국의 전문조사기관 클린엣지사는 그린에너지 시장이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15.1%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등의 선진국은 이러한 추세에 적극 대응, 세계 그린에너지 시장의 60~80%를 차지하면서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국내 그린에너지산업(9대 분야 기준)의 수준은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이 1.4%에 불과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 그렇다고 절망만 하고 있다가는 미래가 더 암울해 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그린에너지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조기에 해소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9대 그린에너지산업 유망 분야 선정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이는 크게 신재생에너지 4개(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화석연료 청정화 2개(석탄가스액화(CTLㆍGTL), 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 효율향상 3개(발광다이오드(LED), 전력정보기술(IT), 에너지저장)로 구분되기도 한다.
먼저 태양광은 지난해 세계 시장이 20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한 만큼 그린에너지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독자 기술 개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3,600억원을 민간과 함께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 용량도 지난해 40㎿에서 2012년엔 400㎿로 확대된다.
풍력에 대해선 향후 5년간 2,900억원을 투자, 중대형 풍력발전기를 독자 개발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 현재 우리나라 풍력 산업의 수입의존도가 99.6%나 되는 점이 감안됐다. 또 2012년까지 육상 풍력단지가 14곳이나 세워진다.
수소를 공기중 산소와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엔 2012년까지 3,400억원이 투자된다.
IGCC(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는 석탄에 고온ㆍ고압을 가해 가스로 바꾼 뒤 이를 정제해 발전하는 것으로 일반 발전보다 효율도 높고 오염물질 배출도 적다. 정부는 국내 노후 화력발전소 15기를 순차적으로 IGCC 발전소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휘발유나 경유로 바꾸는 CTL(Coal To Liquid) 및 GTL(Gas To Liquid) 기술은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대체 에너지원이자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점이 선정 배경이 됐다.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란 이산화탄소를 분리한 뒤 땅 속이나 바다 속에 격리시키는 것으로 가장 적극적인 이산화탄소 저감책으로 손꼽히는 기술이다.
LED 분야 육성을 위해선 LED 조명 사용자에 대한 설치 장려금 지원과 저효율 조명 기기의 퇴출을 유도하는 정책이 강구된다.
전력IT는 배전지능화, 전력선통신, 전력용 반도체, 디지털 차세대 변전 등 10대 핵심기술 개발이 추진된다.
앞으로 5년간 1,770억원이 투자되는 에너지저장은 ㎿급 초대형 전력을 저장했다 이용하는 기술로 장기적으로는 수출까지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경부 이재훈차관은 "그린에너지산업은 다른 산업까지 그린화할 뿐 아니라 사회ㆍ문화적 변화로도 이어지는 폭포효과까지 기대된다"며 "연구개발부터 수출산업화까지 전주기적 지원체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강국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계 그룹별 전략은
1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 보고회엔 재계 총수들도 대부분 참석,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각 그룹별 전략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도 하이브리드 및 수소연료전지차, 그린카 기술개발 등에 앞으로 2조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2012년까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분야에 9,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LG는 이미 기초소재부터 발전소 운영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태양광을 차세대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이수영 동양제철화학 회장도 2010년까지 폴리실리콘 분야에 2조 2,500억원을 투자,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내 놓았다. 이 경우 동양제철화학은 연간 2만6,500톤의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폴리실리콘이란 태양 전지에서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실리콘 결정체로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이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풍력, 연료전지,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등 그린에너지 분야에 2012년까지 6,700억원을 투자하고 이후 추가로 3,4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세계 최대의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을 준공한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2011년까지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2015년까지 연료전지와 바이오연료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석래 효성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중소기업 대표, 지자체와 공공기관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 해당 기업 하나도 없는 분야가 장밋빛?
"새로울 게 없다, 재탕ㆍ삼탕이다."
11일 정부의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 발표에 대한 업계의 평가다. 무엇보다 지난달 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다른 게 없다. 9대 유망 분야 중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은 이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나왔던 얼굴마담이다.
특히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선 그린에너지산업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신재생, 원자력), 화석연료의 청정화(고효율 석탄 화력, 탄소포집저장), 에너지효율 향상(발광다이오드 조명, 건물효융) 등을 제시한 뒤 이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었다. 글자 하나 틀리지 않는 내용을 보름만에 다시 새 것 인양 발표한 것이다.
기대 효과에 대해서도 과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린에너지산업 생산이 지난해 18억달러에서 2012년엔 17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 봤지만 정부 계획대로 될 진 장담할 수 없다. 9대 유망 분야중 국내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LED(8.3%), 풍력(1.1%), 태양광(0.7%), 전력IT(0.6%)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0%다. 기술도 선진국의 50~80% 수준이다.
물론 정부가 유망 분야로 선정, 전략적 육성을 한다면 해당 분야의 발전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사실상 국내 해당 업체가 단 한 곳도 없는 분야까지 장밋빛 전망을 전제로 숫자만 키워 놓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2012년 수출 130억달러, 고용 10만5,000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일부 대기업의 경우에도 이미 오래전 발표된 내용을 마치 새로운 내용인 양 내놓은 발표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각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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