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고민이 깊다. 172석 집권 여당의 대표답지않게 처지가 꽤 곤궁해 보인다. 청와대에는 무시당하기 일쑤고, 당내에선 도무지 영이 서지 않는다.
그는 원외(院外)다. 의원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 정당 구조에서 원외 대표가 제대로 힘을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유력 대권 주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힘을 쓰려면 지지대가 있어야 하는 데 지금 그에겐 아무것도 없다. 한 당관계자는 "7월 전당대회 때부터 이미 예상됐던 일 아니냐"고 했다.
그나마 청와대가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 버틸 수는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청와대는 오히려 힘을 빼고 있다. 정국 현안에 대해 박 대표가 나름 해법을 제시하면 바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장면이 몇 차례 반복됐다.
종교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어청수 경찰청장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하니까 바로 코방귀를 껴버렸다.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대북특사를 보내자고 하니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손사래를 쳤다. 내각과 청와대 인사에서도 그런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 사람은 잘라야 한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먼 산만 봤다.
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사무총장을 통해 당을 직할하려다 보니 당 대표는 자꾸 논외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영이 서지 않는다. 여기 저기서 치받기 일쑤다. 당 서열 2위 원내대표와도 엇박자를 보이는 장면도 종종 연출된다.
최근 김효재 비서실장을 비롯, 김용태 신지호 안형환 의원 등 박 대표 특보단이 머리를 맞대 회의한 결과를 박 대표에게 올렸다는 보고서는 역설적으로 박 대표의 현재 위상을 잘 보여준다.
보고서에 언급된 박 대표의 위상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행사를 바쁘게 쫓아다니기만 하고, 청와대와 소통은 안되고 당내에선 실권 없는 관리형 대표'였다.
그래서 이들은 "하루빨리 청와대와의 소통 채널을 뚫고, 최고위원회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홍준표 원내대표를 본격 견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대표가 추석 연휴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가진 뒤 본격 당내 군기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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