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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김정일 건강 이상설과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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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김정일 건강 이상설과 북핵

입력
2008.09.12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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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이 북핵 문제에 미칠 영향을 속단하기는 어려우나 현재로선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부정적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선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식량지원 등 다양한 배려를 통해 김 위원장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유고는 한반도를 걷잡을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쾌유와 계속 집권을 기원해야 한다는 논리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다만 이러한 포용적 접근법도 북한 핵 문제가 처한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이후에 적용돼야 현실에서의 구체적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똑같이 강조돼야 할 것이다.

최근 미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 핵문제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한가지 그럴듯한 소문이 떠돈 적이 있다.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곧 사표를 낼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보다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핵심은 힐 차관보가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를 '탈출',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진영에 확실히 줄을 대기위해 사임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힐 차관보는 원래 오바마 의원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지지해온 리처드 홀부르크 전 유엔주재 미 대사의 문하생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일반적 통설이다. 그런데 힐러리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오바마 의원에게 패하고 말았으니 힐 차관보는 홀부르크 전 대사만을 쳐다보고 있을 수 없는 다급한 처지가 됐다는 '해설'까지 소문에 곁들여졌다.

과연 힐 차관보의 본심이 어디에 있을지는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우나 국무부의 실무 관리들은 대체로 이러한 소문을 부인하는 편이었다. 어떻든 힐 차관보의 사표 제출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문은 그저 소문으로만 끝날 공산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힐 차관보의 사임설 이면에는 6자회담의 현재와 장래에 관련해 우리가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대목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핵신고서 제출이후에도 6자회담에서 보다 획기적인 진전이 예견됐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힐 차관보의 자진 사퇴설이 나왔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볼 수 있다. 안타깝지만 대답은 '아니오' 쪽에 훨씬 가깝다.

오히려 수명을 다해가는 부시 행정부 하에서는 북핵 문제가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을 보다 잘 뒷받침하고 있다. 즉 김정일 건강 이상과는 별도로 현재의 교착국면은 충분히 예견됐다고 봐야 한다. 이는 뒤집어서 얘기하면 김 위원장이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다고 해도 북한은 미측의 요구인 북핵 검증체계 마련에 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힐 차관보의 경우는 북한 핵시설 불능화를 통해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의 추가 추출을 막는다는 일차적 목표가 달성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긋해졌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 때문에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에 또 다른 유화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신중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하기 보다는 호전되고 있는 상태에서는 더 그렇다. 그보다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 한미 공조를 강화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미가 한 목소리를 내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길이 군부 등 북한 강경파들의 동향을 탐색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태성 피플팀장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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